구조개혁·기술혁신 '지지부진'…글로벌 경제 '성장판' 흔들
세계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점점 둔화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민간 시장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세계의 근로자 1인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3년 연속 하락했다.

2008년 이후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에다 제대로 된 구조개혁이 계속 지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11년 이후 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세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각종 규제 장벽에 가로막힌 서비스업 분야가 한국의 생산성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동생산성, 기술혁신 모두 부진

근로 인구 1인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의 하락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이 2년 연속 0.9% 증가에 그쳤고, 일본은 2012년 2.3%에서 지난해 1.3%로 떨어졌다. 선진국 중에선 유럽만 2012년 0.1%에서 지난해 0.5%로 나아졌다. 재정위기 이후 각국이 구조조정에 힘쓴 결과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진하다.

신흥국도 개선 속도가 크게 둔화됐다. 중국의 1인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11년 8.8%에서 지난해 7.1%까지 낮아졌다. 지난 10년 내 가장 낮다. 인도도 같은 기간 5.8%에서 2.4%로 반토막났다. 중국과 인도의 생산성은 각각 미국 대비 17%, 8%에 그쳤다. 아직 성장할 여지가 많은데도 벌써부터 증가세가 느려지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압둘 에룸반 콘퍼런스보드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에 쉬운 혁신의 시대는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로 ‘프런티어마켓’으로 구성돼 있는 동남아시아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지난해 지역 평균 1인당 노동생산성이 3%, 2.1%씩 증가했다.

노동 외에 자본 등 다른 요소들을 반영한 총요소생산성도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총요소생산성은 법·제도 등을 반영하기 때문에 각국의 기술혁신 정도를 분석할 때 쓰인다. 지난해 세계 평균 총요소생산성은 0.1% 감소했다. 기술혁신이 퇴보하고 있는 셈이다. 콘퍼런스보드는 “올해엔 미국 경제가 나아지면서 세계 평균 1인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2.3%까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평균에도 못 미치는 한국

한국의 지난 3년간 근로자 1인당 노동생산성 증가율 평균은 1.26%다. 세계 평균(2.03%)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 근로자의 57.8%에 그쳤다. 시간당 생산성은 더 나쁘다. 미국의 48%에 불과해 세계 30위다. 과도한 복지로 재정위기를 맞아 ‘게으른 국가’라는 지적을 받았던 그리스(29위)보다 못하다. 총요소생산성도 지난해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서비스업 생산성이 지나치게 낮은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서비스업은 ‘고용의 저수지’로 불린다”며 “제조업 부문 일자리가 줄면서 질 낮은 인력들이 끊임없이 서비스업으로 몰려가 고여 있다”고 말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도 “한국에서 고용이 늘어난 부분은 정부가 만든 사회복지서비스업과 자영업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노동시간이 지나치게 긴 것도 이유로 꼽힌다. 강 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연간 424시간이나 더 일할 정도로 과도하게 근로시간이 길다”고 지적했다.

■ 노동생산성

일정량의 노동을 들여 얻을 수 있는 생산량을 말한다. 근로자 1인 혹은 시간을 기준으로 삼는다. 노동생산성이 좋아지면 기업은 같은 노동력을 투입하고도 더 많은 생산물을 만들 수 있다. 이 경우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아도 기업의 이윤이 늘어난다.

남윤선/서정환/김동윤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