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차기 회장, 권오준·정동화 '2파전'
포스코의 차기 회장 후보가 권오준 포스코 기술총괄 사장과 정동화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두 명으로 압축됐다.

포스코는 15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CEO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5명의 차기 회장 후보군에 대한 면접을 진행했다. CEO추천위는 두 후보에 대한 추가 면접을 16일 실시해 차기 회장 후보를 최종 선정·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1차 면접을 본 5명은 두 사람 외에 김진일 포스코켐텍 사장, 박한용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과 외부 인사인 오영호 KOTRA 사장이다.

권 사장은 포스코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국제 철강업계에서 알아주는 기술 전문가다.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윈저대와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각각 금속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6년 포스코에 입사해 기술연구소장, 포항산업과학연구원장을 거쳐 2012년부터 기술총괄 사장을 맡고 있다. 경영수업을 받은 적이 없고 차기 회장으로 한 번도 거론된 적이 없어 다소 의외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기술 중심의 개혁을 통해 포스코를 발전시키는 데 적임자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또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상당한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의 서울사대부고 직속 후배인데다 권 사장의 친형이 정 회장의 친구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TK(경북 영주) 출신이라는 점도 주목된다”고 말했다.

정동화 부회장은 한양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1976년 포스코에 입사했다. 포항제철소 설비기술부장과 광양제철소 부소장을 거쳐 2009년 포스코건설 사장에 취임했으며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포스코건설을 건설업계 ‘빅5’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접적인 정 회장 라인으로 꼽히지는 않지만 경남고 출신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포스코 관계자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고교 후배라는 점에서 무시 못할 후보로 꼽을 수 있다”고 전했다.

포스코 차기 회장, 권오준·정동화 '2파전'
일각에서는 포스코의 차기 회장 선임이 지나칠 정도로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데 의아해하고 있다. 당초 오는 29일 정기이사회에서 CEO추천위가 구성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포스코는 이날 임시이사회를 열어 추천위를 전격 가동했다.

또 추천위가 만들어진 당일 승계카운슬(협의회)이 올린 10여명의 후보 중 5명을 추려 면접까지 보고 최종 2명을 결정했다. 추가 면접이 진행되는 16일이나 늦어도 17일 차기 회장이 될 후보 1명을 발표할 계획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추천위 구성 후 하루 이틀 만에 차기 회장 선임이 이뤄지는 셈이다.

당초 CEO추천위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면접 등 자격심사를 한 후 다음달 24일 정기이사회에 1명의 후보를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2009년 정준양 회장이 선임될 때도 2월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를 정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추천위가 하루이틀 만에 제대로 된 검증을 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부실 검증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각종 외압을 받지 않기 위해 원하는 후보를 지체없이 회장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당초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오영호 사장이 최종 후보 2명에서 탈락한 것도 포스코가 차기 회장 선임을 주도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내부 서열상으로 당연히 들어갔어야 할 포스코의 김준식 사장(성장투자사업부문장)과 박기홍 사장(기획재무부문장),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이 5명의 후보에도 포함되지 않은 것도 의문점으로 남는다.

최종 선임은 오는 29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3월1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뤄지게 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