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한파가 더 세질 모양이다. 30대그룹 중 올해 신규 채용을 작년보다 늘리겠다는 곳은 SK 등 세 곳에 불과했다. 상당수 그룹은 지난해와 비슷한 인원을 뽑겠다는 계획이고 나머지는 아예 작년보다 고용규모를 줄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30대그룹 총 채용인원도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주요 그룹 사장단 간담회'에서 30대그룹이 발표한 채용계획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대개 이런 간담회가 열리면 기업들은 정부에 희망적 계획으로 화답하는 게 그동안의 관행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럴 여유조차 없었던 것 같다. 간담회에 참석한 30대그룹 관계자들은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 노무 리스크가 급증한 마당에 어떻게 신규채용을 늘릴 수 있겠느냐는 의견들을 쏟아냈다. 30대그룹만 그런 것도 아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일자리 기상도’를 조사한 결과도 다르지 않다. 응답기업 322개사 중 올해 채용계획을 확정한 243개사의 채용규모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1.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는 아예 채용을 안하겠다는 기업 49개사도 포함됐다. 그리고 나머지 79개사는 아직 채용계획조차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현상 유지조차 버거워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기업들이 채용을 더 늘리지 못하는 이유는 너무도 간단하다. 노무 리스크도 그렇지만 투자 의욕이 확 떨어진 탓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4분기에서 2013년 3분기까지 1년간 장기균형 대비 약 3조원의 설비투자가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과소투자 국면에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올해도 투자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투자여건지수, 투자심리, 기업가정신지수 등이 모조리 추락세 아니면 정체상태다. 그동안 온갖 규제를 쏟아내면서 기업과 기업가를 쥐잡듯 한 것이 경제민주화의 본질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채용 증가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일자리는 정부 아닌 기업이 만든다는 점을 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