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공원에서 여자 어린이의 손등에 뽀뽀만 했더라도 강제추행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이규진)는 초등학교 4학년 A양의 손등에 뽀뽀한 혐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로 기소된 한모씨(68)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1500만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재판부는 “행인이 많은 공원에서 일어난 일이고 성욕을 만족시키려는 목적이 없었지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킬 만한 행위였다”며 “A양은 웃어른을 공경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인사를 하려고 손을 내밀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한씨는 지난해 5월 서울 강서구의 한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A양이 자신에게 인사를 하자 손등에 입을 맞추고 “내 손에도 뽀뽀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부당하자 A양의 진로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A양이 귀여워서 그랬다”는 한씨 주장을 받아들여 “친근감 표시 이외에 추행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유죄로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강제추행에 해당하는 신체 부위의 범위를 좁혀 해석한 기존 판례를 뒤집은 결과여서 주목되고 있다. 대전고법 형사1부는 여제자(당시 16)의 쇄골 아랫부분을 만지거나 손바닥을 간지럽힌 혐의(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교사 B씨(49)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지난해 10월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B씨의 행동이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쇄골 아래, 손바닥, 손목 등은 사회통념상 성과 관련된 특정 신체 부위로 보기 어렵다”며 1심을 뒤집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