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서도 운동선수의 땀 냄새가 느껴졌다. 시트로앵 ‘DS3 레이싱’. 전 세계적으로 1000대만 생산한 한정판이다. 세계 최고 권위의 랠리 경주대회인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 12회 참가, 8번의 우승컵을 거머쥔 프랑스 시트로앵이 레이싱카의 DNA를 듬뿍 담아 넣은 차다. 앞 범퍼와 차체 옆부분 이음새에는 가볍고 강한 카본파이버(탐소섬유) 소재를 적용하는 등 레이싱카의 풍미가 물씬 났다.
DS3 레이싱에선 파워트레인을 눈여겨봐야 한다. 가만히 있어도 화가 난 불도그처럼 으르렁거리는 1.6L 터보 가솔린 직분사 엔진과 6단 수동변속기의 조합이 잘 어우러진다. 최고출력 200마력의 옹골진 힘이 운전자의 기어 조작을 통해 때론 뿜어져 나왔고 때론 누그러졌다. 수동변속기의 매력이다.
차체 무게가 1175㎏으로 가벼워 200마력으로도 가공할 만한 가속력을 자랑했다. 일반 DS3 모델보다 전면은 20㎜, 후면은 10㎜씩 낮게 설계된 차체는 거친 코너에서도 네 바퀴를 지면에 찰싹 붙였다. 튼실한 서스펜션과 브렘보사의 명품 브레이크를 신발처럼 신어 가속과 제동을 거뜬히 소화했다.
국내에선 WRC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 하지만 WRC의 진가를 아는 사람들은 이 차에 열광할 것이다. 현대자동차도 올해부터 WRC에 i20 개조차로 출전한다. WRC에서 전설이 돼버린 드라이버 세바스티앙 로브가 동료 선수들을 따돌린 그 격렬함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싶은 마니아들에게 추천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DS3 레이싱은 아시아에선 한국에만 5대가 배정됐고, 그중 4대가 다 팔렸다. 마지막 남은 차가 바로 이 시승차다. 정말 이 차가 갖고 싶다면 한불모터스에 문의해 봐야 할 것 같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