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외국인이 매수·매도를 반복하며 불안정한 수급 동향을 보이고 있다. 16일 외국인은 5거래일 만에 '사자'로 돌아섰다. 이들은 올해 10거래일 중 엿새 동안 주식을 순매도했다. 한국 증시는 외국인의 수급 불안 여파로 글로벌 경기회복 훈풍을 타지 못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외국인의 수급 변수로 미국 출구전략과 4분기 실적을 꼽았다.

◆ 외인 수급 최대 변수는 1월 FOMC

외국인의 복귀를 결정할 최대 변수는 오는 28,29일 열리는 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다.

지난해 12월 미국 중앙은행(Fed)은 FOMC 회의를 마치고 양적완화 규모를 올해부터 월 100억 달러 축소한다고 밝혔다. 최근 글로벌 경기지표 호조로 1월 FOMC에서 추가 축소안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양적완화 추가 축소에 대한 우려가 외국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불안정한 환율도 악재로 작용했다.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달러화 강세·엔화 약세' 추세가 가속화됐다. 이날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달러화 강세로 엔화 가치는 하락했다. 올 첫 개장일인 지난 2일 엔·달러 환율은 5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장중 100엔 당 900원 대로 내려앉았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미 Fed의 온건한 출구전략 기조가 확인되기 전까지 당분간 외국인은 불규칙한 매매 기조를 유지할 것" 이라며 "국내 증시의 반등 강도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4분기 실적 우려, 언제까지

지난 주 삼성전자의 어닝쇼크 이후 4분기 어닝시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7일 삼성전자의 잠정실적이 발표 이후 15일까지 총 7거래일 중 4거래일간 매도 우위였다.

관련 업계에선 국내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 중이다. 해당 회계연도에 남아 있는 잠재 손실과 일회성 비용을 4분기에 몰아 처리하는 '빅 배스'(Big Bath) 현상도 4분기 실적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으로 보면 한국 증시가 부진한 흐름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실적 부진 우려가 주가에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 기업들의 4분기 양호한 실적으로 도미노식 주가 하락은 없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김재홍 신영증권 연구원은 "4분기 미국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는 양호하다" 며 "당분간 한국 증시는 실적 하향조정에 따른 적응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미국 기업의 실적 안정으로 도미노식 실적 우려가 크게 부각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