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장대 사열 > 인도를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뉴델리 대통령궁 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행사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의장대 사열 > 인도를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뉴델리 대통령궁 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행사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도를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만모한 싱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공동 성명서는 36개 항목에 달한다. 양국 수교 40주년을 맞아 외교안보, 경제통상, 과학기술 등 부문에서 두 나라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확대·심화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번 순방이 경제분야 협력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12억명의 거대한 인도 내수시장에 우리 기업들이 적극 진출할 수 있도록 무역장벽을 낮추는 등 성과가 많았다”고 말했다.

◆인도 진출 기업 세부담 완화

경제협력 분야 대표적인 성과는 양국 조세당국 간 맺어져 있는 이중과세방지협정을 기업들에 유리하도록 개정하기로 한 것이다.

예컨대 인도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현지에서 얻은 이자 및 로열티 수입에 대해 종전에는 15%의 세금을 내야 했으나 앞으로는 10%로 낮아진다. 조 수석은 “세율 인하로 연간 60억원 정도 세 부담이 줄어든다”며 “향후 투자가 늘어날수록 세 혜택이 더 커지는 만큼 인도에 진출한 413개 국내 기업들이 현지 투자를 더 늘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에 진출한 국내 해운사가 현지에서 얻은 소득에 대해서도 기존에는 10%만 과세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앞으로는 전액 면세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세금 혜택 효과는 연간 80억원 정도에 이를 것이라고 청와대는 추산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또 인도 정부가 한국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할 때 한국 정부와 사전에 협의하도록 하는 조항도 마련하기로 했다.

2010년 발효된 양국 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은 무관세 적용 품목을 상품뿐 아니라 투자 및 서비스 전반으로 대폭 늘리는 쪽으로 개정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당초 한국 측은 완료시점을 2018년까지로 못박을 것을 요구했으나, 인도 측이 무역적자 확대를 우려해 난색을 표함에 따라 오는 3월 장관급 회의를 통해 범위나 방식 등을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한-인도 CEPA는 무관세 적용률이 75%로 인도-일본 CEPA(90%)보다 낮아 기업들의 활용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두 정상은 양국 금융 협력을 확대하기로 하고 수출입은행과 인도 국영상업은행이 공동으로 2억달러 한도 내에서 현지 진출 기업에 금융을 지원하는 내용의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양국은 이 밖에 △한국 중소기업의 현지 진출을 위한 한국 전용공단 설치 △양국 투자 확대를 논의하기 위한 기업 최고경영자(CEO) 간 상설 협의채널 신설 등에 합의했다.

◆과학기술 공동연구

양국은 과학기술 부문에서 한국의 실용화 기술과 인도의 이론 분야 강점을 연계한 산학연 공동연구를 확대하기 위해 1000만달러 규모의 공동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응용 및 기술 상업화를 위한 연구에 집중 투자된다. 창조경제 분야 협력을 위한 ‘한-인도 ICT(정보통신기술) 정책협의회’도 신설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위성을 발사할 때 인도 위성 발사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우주협력 이행약정서도 체결됐다. 두 정상은 이 밖에 외교안보 분야 동반자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양국 외교장관 공동회의를 정기적으로 열고 국가안보실 및 차관급 외교안보대화도 추진키로 했다.

뉴델리=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