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보기술(IT) 벤처기업 드롭박스(Dropbox)가 최근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100억달러(약 10조6000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IT기업들에 대한 ‘거품’ 논란이 일고 있다.

클라우딩 업체 '드롭박스' 가치가 10조원이라고? 美 IT기업 치솟는 몸값…또 '거품' 논란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드롭박스는 최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으로부터 2억5000만달러의 자금을 유치하기로 합의했다. 형태는 드롭박스가 발행하는 신주를 블랙록이 전량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블랙록이 인수하기로 한 지분 규모와 투자 금액 등을 감안해 이번 유상증자에서 드롭박스의 기업가치는 100억달러로 평가받았다고 분석했다.

드롭박스는 클라우딩 서비스 제공업체로 가입자들이 각종 사진과 자료 등을 올릴 수 있는 온라인 저장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드롭박스의 유상증자 등을 비롯해 최근 이뤄진 각종 거래에서 IT기업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령 미국의 실내온도 조절장치 개발업체 네스트랩스는 설립 4년 만에 32억달러의 몸값을 인정받고 구글에 팔렸다.

또 미국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 개발업체 스퀘어는 최근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50억달러의 기업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소셜미디어업체 트위터가 시가총액 400억달러 규모로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고평가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이 같은 시가총액은 트위터의 올해 예상 순이익의 약 1000배에 달하는 규모였기 때문이다.

물론 각 IT기업들이 높은 가치를 평가받은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드롭박스의 경우 2010년 1200만달러였던 매출이 매년 급증해 지난해 1억1600만달러로 불어난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네스트랩스의 실내온도 조절장치는 향후 스마트홈 분야에 적용될 경우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것이다.

FT는 그러나 “최근 투자자들의 머릿속에서 IT기업에 대한 가치평가가 과연 적정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 자체가 사라져 버린 것 같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통화완화 정책으로 시중에 돈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 IT기업들의 몸값이 뛰고 있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