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상계동 롯데백화점 노원점 지하 1층 식품 매장. 판매대 사이의 좁은 통로가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김상석 식품팀장은 “한우 같은 정육과 과일 판매가 20% 정도 늘었고 200만원짜리 건강식품 선물세트도 잘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좋아지고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평년보다 일찍부터 설 선물이 팔리기 시작했다”며 “선물 단가도 작년보다 높아졌고 온라인 판매도 작년 설의 2배가량 된다”고 전했다.
설을 12일 앞둔 19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식품 매장이 설 선물을 사러 나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설을 12일 앞둔 19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식품 매장이 설 선물을 사러 나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한우 30만원짜리 인기

백화점서 30만원대 한우·40만원대 굴비 선물세트 잘나가
롯데백화점은 설 선물세트를 판매하기 시작한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매출이 작년 설 선물 판매 직후 나흘보다 14.5%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까지 실시된 예약판매 매출이 작년보다 24.0% 늘어난 데 이어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와 현대백화점 역시 설 예약판매가 작년보다 각각 56.6%, 32.9% 증가했다. 신현구 현대백화점 생식품팀장은 “예약판매가 늘어난 것으로 봐 작년 설보다 확실히 설 선물세트 판매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마트와 현대백화점은 이번 주부터 설 선물을 본격 판매한다.

수요가 늘었을 뿐 아니라 선물세트 단가도 높아졌다. 롯데백화점 본점 횡성한우 매장의 안훈 과장은 “작년 추석 때는 20만원대 세트가 주력이었는데 지금은 30만원 안팎 상품이 인기”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도 고급 제품 판매에 힘을 쏟고 있다. 이마트는 등심 스테이크 채끝 치마살 등으로 구성한 ‘횡성한우 1등급 구이 노블세트’를 70만원에 판매한다. 롯데마트도 45만원짜리 ‘제주 흑우 세트’와 43만8000원짜리 ‘명품 알배기 굴비세트’를 선보였다.

가격이 하락한 금도 인기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롯데백화점에서는 13~16일 골드바 판매금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3% 증가했다. 54만~55만원대인 10g짜리가 가장 많이 팔리고 있고 198만원대인 37.5g짜리 골드바 판매도 늘었다.

○기업 선물 구매 증가

한동안 허리띠를 졸라맸던 기업의 선물 수요도 살아나고 있다.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안에 있는 이마트 구로점은 단지 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수요에 맞춰 설 선물 특별 판매대를 운영하고 있다. 19일 오전 이마트 구로점 입구는 기업들이 주문한 설 선물세트로 가득 차 있었다. 김상기 구로점 특판팀장은 “지난해 설보다 매출이 늘었다”며 “3만원 이하 저가 세트와 1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세트 물량을 동시에 늘렸다”고 설명했다. 직원용 선물세트를 사러 나온 회사원 안인성 씨는 “3만원짜리 통조림 선물세트를 100여개 사려 한다”며 “경영 상황이 나쁘지 않아 선물 가격대를 낮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화점 상품권 판매도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은 상품권 판매가 작년 설보다 10%가량 늘었다. 이 중 90% 이상이 임직원 선물용 법인 구매라고 백화점 측은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상품권 판매도 지난해보다 20% 정도 증가했다. 선물 수요 증가에 힘입어 CJ대한통운의 택배 운송 물량은 지난주부터 평소의 1.5배 수준으로 늘었다. 택배기사 이성호 씨는 “제때 배송하려면 이번 주부터는 매일 밤 11시까지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체감경기는 엇갈려

전통시장은 지역별, 품목별로 체감경기에 차이가 있었다. 서울 중곡동 중곡제일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홍성진 씨는 “전통시장이 위기라고 하는데 정육만은 예외”라며 “설이 다가오면서 소고기를 사 가는 손님이 3배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예지동 광장시장의 한 생선가게 주인은 “가게에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 (경기가 어떤지) 보면 모르느냐”며 “설 특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동대문시장에서 목도리 모자 등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지방 거래처에 물건 떼러 안 오냐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답이 없다”며 “작년에 가져간 물건을 아직 못 팔았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