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제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
제조업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성장과 고용창출 동력으로서 중요성이 재인식되고 있다. 한국은 제조업 강국이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184개 회원국 중 제조업 규모 7위, 제조업 비중 6위, 제조업 성장률 5위를 차지했다. 1970~2011년 제조업의 산업별 평균 성장률도 서비스산업, 건설업 등 다른 산업을 웃돌았고 전체 성장의 3분의 1 이상을 기여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주요 국가는 위기 극복 방안을 제조업 부활에서 찾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앞으로 5년간 수출을 배로 늘리겠다”고 천명했다. 최근에는 제조업이 수출과 경기 회복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수출은 1949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다. 낮은 에너지 비용과 중국, 인도 등의 임금상승으로 본국 유턴이 가속화되고 있다. 보잉은 주력 항공기 777X를 본사가 있는 미국 워싱턴주에서 생산키로 결정했고, 월마트는 10년간 자국 상품 500억달러를 구매키로 했다. 영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는 3분기 평균 60.2로 199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거침없는 독일 경제의 행보도 탄탄한 제조업에 기인한다. 5.2%의 낮은 실업률, 2500억달러를 넘는 경상수지 흑자는 독일 제조업이 가져다 준 축복이다.

왜 제조업인가. 답은 제조업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2000~2011년 기간 중 80% 이상의 일자리가 서비스 산업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양질의 일자리 비중은 제조업이 12.2% 급증한 반면 서비스산업은 2.2% 증가에 그쳤다. 견실한 제조업이야말로 양질의 일자리 터전임을 알 수 있다.

제조업 활성화를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먼저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고용유연성이 높은 나라일수록 고용창출이 활성화됐다고 한다. 고용률 70%를 달성한 네덜란드, 캐나다 등 6개국의 사례를 보면 고용유연화 정책이 가장 효과가 컸음을 알 수 있다.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는 고용유연성 극대화는 남녀 임금불평등 해소에도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다음으로 법인세율을 낮춰 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한국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개방경제 하에서 높은 세율은 경제적 자해행위다. 법인세 비중은 OECD 회원국 중 6위로 높다. 영국은 지난해 24%로 낮아진 세율을 2014년 21%, 2015년 20%로 추가 인하할 방침이다. 중국, 인도, 싱가포르 등 우리 경쟁국은 이미 세율을 낮췄다.

강소형 중소기업 육성도 시급하다. 한국형 미텔슈탄트가 필요하다. 연필 제조회사 파벨 카스텔, 칼 생산업체 헹켈이야말로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의 상징이다. 2012년 전 세계 2734개 강소기업 중 1307개가 독일 중견기업 미텔슈탄트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의 가파른 임금상승으로 더 이상 저임금의 이점을 만끽할 수 없는 실정이다. 장인자본주의 없이는 제조업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노동생산성 향상도 초미의 과제다. 시장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2013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세계 30위로 미국의 48% 수준에 불과하다. 2020년대에는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이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 수준의 실질임금 부담을 감안할 때 생산성 향상이야말로 제조업 성장의 필수 조건이다.

맞춤형 직업훈련을 통한 기술인력 확보는 경쟁력의 원천이다. 학교와 현장이 이어지는 이원적 직업교육이야말로 1등 기술과 고용안정의 지름길이다. 독일,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 청년실업률이 낮은 유럽 국가의 공통점은 오랜 역사를 가진 탄탄한 직업교육제도다. 1~4년의 탄력적 교육과정을 통해 현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인력을 적기에 공급한다. 대학 진학을 하지 않아도 탄탄한 기술로 안정된 생활이 보장되는 사회 시스템이 일조한 것은 물론이다. 제조업이야말로 고용과 성장의 강력한 추동력이다.

박종구 <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