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성 기자 ] "'홈 뷰(Home View)' 서비스를 이용하면 집 안 디지털 카메라나 가전제품에 내장된 카메라가 전송하는 집 안 환경을 집 밖에서도 스마트폰으로 한 눈에 살펴볼 수 있어 안심하고 외출할 수 있다."(삼성전자)

"스마트폰으로 냉장고 내 식재료 유통 기한을 확인한다. 냉장고 안 식료품으로 조리 가능한 메뉴 뿐만 아니라 가족의 건강상태에 적합한 메뉴까지 추천한다."(LG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광고하는 스마트가전 기능들이다. 스마트가전은 '스마트홈'의 구성 요소이자 촉수다. 기존 가전에 모바일 기술을 연동, '인간-가전' 뿐만 아니라 '가전-가전' 등 사물간 소통(IoT·사물인터넷)을 촉발하는 신호탄이다.

스마트홈 기술에는 '원격' '통제' '추천' 세 키워드가 자주 등장한다.

집 바깥에서 집 안 사정을 스마트폰으로 훑어본다. 누가 집에 있는지, 침입자는 없는지 먼 거리에서 확인한다. 스마트폰으로 가정 문을 잠그거나 열고, 문제가 있다면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

그간 폐쇄회로(CCTV)가 하던 일이 이제는 냉장고나 TV, 세탁기의 새 임무란 뜻이다. 각종 센서와 렌즈를 장착한 가전이 '스마트'를 앞세워 '통제' 미션을 수행하는 셈이다.

'당신이 무얼 먹고 사는지' 이제 냉장고는 안다. 센서는 어떤 음식이 보관 중인지, 유통기한은 얼마 남았는지 기록하고 또 보고한다. 단순하게는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또 사는건 아닌지 알려주는 장점이 있다.

'추천'은 스마트기기의 미덕이 된지 오래다. 온라인 네트워크 분석 기반의 '페이스북 친구 추천','지역 광고 맞춤 추천', '맛집 자동 추천' 등 우리는 추천 속에 살고 있다. 가끔 '나에 대해 어떻게 이렇게나 잘 알까' 싶을만큼 그 내용이 농밀해 무섭기까지 한다. 가족 건강상태까지 고려해 메뉴를 추천하는 냉장고가 등장한 시대다.

원격-통제-추천의 원천은 서버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원격 통제를 지시하고, 냉장고에 음식물을 채우고 TV로 특정 정보를 검색할 때마다 그 기록은 빠짐없이 서버에 '기록'된다.

행동 하나 하나로만 보면 사소하고 의미없다. 하지만 반복되면 '패턴'이 된다. 패턴은 습관이자 취향이며, 미래 예측을 가능케하는 '경험'이다. 유통 기간을 넘기는 제품 비중이 오랜 기간 높다면 미래 냉장고는 당신이 '집에 자주 들어오지 않는 사람'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 스마트홈'의 가장 큰 특징으로 생활 가전과 스마트TV, 스마트폰, 태블릿PC는 물론 웨어러블 기기인 '갤럭시 기어'까지 통합 플랫폼 애플리케이션과 전용 서버로 묶는다는 점을 꼽았다. LG전자는 '웹OS'를 스마트 가전에 적용, 통합 제어 서버에 사용자 정보를 저장 관리해 맞춤 추천하는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정보통신(IT) 기술 기반인 '스마트홈'은 가정 내 발생하는 모든 트래픽(활동)을 저장, 제어하는게 핵심이다. 활동 정보를 쌓아 분석할 수 있다면 통제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스마트폰을 한시도 못놓는 현대인의 일거수 일투족은 이미 특정 업체 서버에 저장되고 '빅데이터'로 불린지 오래다. 이를 분석해 다양한 맞춤 정보 제공하는 행위는 쏠쏠하고 상식적인 비즈니스로 성장했다.

구글 등 인터넷 검색 기록은 지구촌 곳곳에서 범죄 증거로 활발히 채택되고 있다. 나와 당신의 위치 정보는 오늘도 페이스북에 빼곡히 핀으로 꽂힌다. 회원가입 당시 개인 정보 이용에 동의를 했는지 안했는지 기억도 잘 안나는데 말이다.

삼성과 LG 측은 스마크가전 내 사소한 개인정보를 열람할 권한도, 분석·재활용할 계획도 없다는 입장이다. 통합 서버가 존재하지만 시스템 관리 역할만 할 뿐 개인 정보는 가전 혹은 가정 내 서버에만 저장된다고도 말한다.

스마트가전이 '빅브라더(Big Brother)'가 될 일은 절대 없다는 뜻이다. '빅브라더'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개인의 사생활을 지켜보는 감시자다. 10년 뒤 살인 사건 기사에는 '경찰은 자신의 집에서 내연녀 A씨를 살해하고 도주한 40대 남성 B씨의 행방을 쫒기 위해 B씨 스마트홈 서버를 확보, 분석에 착수했다'는 내용이 당연히 등장할지도 모른다.

스마트홈·가전 등 새 기술과 시장 성장 가능성에 대한 담론과 기대는 넘친다. 반면 어떤 사용정보를, 누가, 언제, 어떻게, 어디에, 왜 저장하고 분석하고 공개할지에 대한 논의는 찾아볼 수 없다.

스마트홈 정보 수집 주체 및 대상, 활용 범위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할 때다. 그 정보들은 스마트홈·가전을 구매하고 실제 사용할 소비자의 사생활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회·정책적 합의없이 기술 주도적(Tech-Driven) 사고로만 움직인다면 스마트홈은 '사고뭉치'로 소비자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 많은 대한민국 소비자는 영문도 알 수 없는 해킹사고로 개인정보를 수차례 털려 본 온라인 피해자들이다.

미국에서는 스마트TV와 냉장고를 이용해 스팸 메일을 발송하는 사이버 공격 사례가 보고되기 시작했다.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시대가 화려한 조명을 받는만큼 개인정보와 보안허점을 노리는 어두운 그림자도 함께 번지고 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트위터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