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감독 황동혁 "설 연휴 '수상한 그녀' 보며 힐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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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한 편의 영화가 영화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커다란 충격을 줬다.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도가니'가 바로 그 것. 공지영 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은 지난 2005년 TV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광주의 모 청각장애인학교에서 자행된 성폭행 사건을 사실적으로 드러냈다.
"'도가니'를 촬영하고 개봉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사회적으로 파장이 되면서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날 정도였어요."
당시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가혹한 문제를 스크린을 통해 처절하게 울고 웃고 소리쳤다. 그 절규에 공감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면서 470만 관객을 끌어 모았고, 아동·청소년 성폭력 처벌을 강화하는 '도가니법'이 제정됐다.
그로부터 2년 뒤 황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이번엔 180도 장르의 변화를 꾀한 코미디 판타지물 '수상한 그녀'다. 이 영화는 요양원에 갈 위기에 처한 70대 할머니가 스무살 청춘의 몸이 되어 겪는 코믹한 해프닝으로 노인 문제와 가족간의 사랑이 담겨있다.
전작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치유제
"무거운 작품을 하려고 영화감독이 된 건 아니예요. 지인들은 '마이파더' '도가니'를 보고 더 의아해하죠. 저는 '영화를 못 만든다'는 이야기보다 '너 안웃겨'라는 말이 더 듣기 싫어요. 그 정도로 농담도 즐기고 유쾌한 사람이예요.(웃음) 코미디 영화는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마침 시나리오 초고를 받았어요. '도가니' 때는 관객들이 팝콘을 사서 다 드시지 않고 나오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맛있게 팝콘을 다 드실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었어요."
'수상한 그녀'는 그에게 치유제 같은 존재다. 그는 '도가니'를 촬영하면서 매순간 이게 최선인가 고민해야했다. 불면증이 생겼고 담배가 늘었으며 살도 많이 빠졌다. 자신의 힐링을 위해서라도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번 작품은 한 달만에 시나리오를 썼어요. 그만큼 쉬웠죠. 머리를 쥐어뜯지 않고 평소 사람들을 웃기 듯이 편안하게 작업했어요. 예전에 심각한 영화를 하면서 조금 까칠했다면 이번 영화는 웃고 떠들면서 만들었죠."
실제 사건을 토대로 만든 전작들과는 달리 픽션이라는 점도 새롭다. 이에 그는 현실감 있는 휴먼드라마라고 말한다.
"어릴 적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홀어머니, 홀할머니 밑에서 자랐어요. 그렇게 지내다보니 오랜 시간 며느리와 시어머니 관계를 봐왔죠. 저는 영화 속 반현철(성동일) 같은 느낌의 아들이면서 반지하(진영) 같은 손자거든요. 공감이 많이 됐죠. 연출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다큐에 가깝게 리얼한 것을 살리고 싶어 초고를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 집중했어요." 제작사도 꺾지 못한 고집…'신의 한 수' 캐스팅
'마이파더'의 다니엘 헤니, '도가니' 공유까지 충무로 대표 미남 배우들을 단숨에 연기파 배우 반열에 올려놓은 황동혁 감독, 그의 남다른 '신의 한 수'는 이번에도 빛났다.
영화를 주도하고 이끌어가는 주연급 여배우 심은경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녀는 아역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코믹한 연기 뿐만아니라 긴장성 있는 연기까지 무리없이 잘 끌어냈다.
"처음에는 반대가 있었어요. 극에서 중요한 위치였기 때문에 캐스팅도 신중했죠. 초고에 오두리는 글래머러스한 미인 설정이였어요. 은경 양과는 많이 달랐죠. 시나리오를 고치면서 '할머니가 귀엽고 발랄하고 엉뚱한 사람이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하니 심은경이 떠오르더라고요. 모두를 설득해서 밀어붙였죠."
"또 은경 양이 톱스타가 아니기 때문에 나머지 배우들이 받쳐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인지도를 본 것도 사실이지만, 가장 중요했던 것은 각자의 색깔을 맛있게 살려줄 수 있는 배우들이 필요했죠."
그는 배우들 사이에서 '감독'이 아닌 '감동'으로 불린다. 배우들과 사투리로 대화를 나누고, 현장에서 직접 칠순 할매 연기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등 연기 디렉션으로 촬영장 분위기를 띄운다. 배우들이 저마다 간직한 끼와 목마름을 영화를 통해 달래주고 싶은 것이 그의 소망이자 연출가로서의 사명감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연기를 끌어 내준 감독으로 남고 싶어요. 그게 배우들에게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죠. 관객들은 감히 말하기 어렵지만,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자신만의 진심을 가지고 표현했던 감독으로 기억됐으면 해요. 장르를 막 뛰어넘어 다니긴 하지만 그 안에서 사람 냄새나는 진심은 항상 느껴졌으면 좋겠습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
"'도가니'를 촬영하고 개봉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사회적으로 파장이 되면서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날 정도였어요."
당시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가혹한 문제를 스크린을 통해 처절하게 울고 웃고 소리쳤다. 그 절규에 공감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면서 470만 관객을 끌어 모았고, 아동·청소년 성폭력 처벌을 강화하는 '도가니법'이 제정됐다.
그로부터 2년 뒤 황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이번엔 180도 장르의 변화를 꾀한 코미디 판타지물 '수상한 그녀'다. 이 영화는 요양원에 갈 위기에 처한 70대 할머니가 스무살 청춘의 몸이 되어 겪는 코믹한 해프닝으로 노인 문제와 가족간의 사랑이 담겨있다.
전작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치유제
"무거운 작품을 하려고 영화감독이 된 건 아니예요. 지인들은 '마이파더' '도가니'를 보고 더 의아해하죠. 저는 '영화를 못 만든다'는 이야기보다 '너 안웃겨'라는 말이 더 듣기 싫어요. 그 정도로 농담도 즐기고 유쾌한 사람이예요.(웃음) 코미디 영화는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마침 시나리오 초고를 받았어요. '도가니' 때는 관객들이 팝콘을 사서 다 드시지 않고 나오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맛있게 팝콘을 다 드실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었어요."
'수상한 그녀'는 그에게 치유제 같은 존재다. 그는 '도가니'를 촬영하면서 매순간 이게 최선인가 고민해야했다. 불면증이 생겼고 담배가 늘었으며 살도 많이 빠졌다. 자신의 힐링을 위해서라도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번 작품은 한 달만에 시나리오를 썼어요. 그만큼 쉬웠죠. 머리를 쥐어뜯지 않고 평소 사람들을 웃기 듯이 편안하게 작업했어요. 예전에 심각한 영화를 하면서 조금 까칠했다면 이번 영화는 웃고 떠들면서 만들었죠."
실제 사건을 토대로 만든 전작들과는 달리 픽션이라는 점도 새롭다. 이에 그는 현실감 있는 휴먼드라마라고 말한다.
"어릴 적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홀어머니, 홀할머니 밑에서 자랐어요. 그렇게 지내다보니 오랜 시간 며느리와 시어머니 관계를 봐왔죠. 저는 영화 속 반현철(성동일) 같은 느낌의 아들이면서 반지하(진영) 같은 손자거든요. 공감이 많이 됐죠. 연출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다큐에 가깝게 리얼한 것을 살리고 싶어 초고를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 집중했어요." 제작사도 꺾지 못한 고집…'신의 한 수' 캐스팅
'마이파더'의 다니엘 헤니, '도가니' 공유까지 충무로 대표 미남 배우들을 단숨에 연기파 배우 반열에 올려놓은 황동혁 감독, 그의 남다른 '신의 한 수'는 이번에도 빛났다.
영화를 주도하고 이끌어가는 주연급 여배우 심은경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녀는 아역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코믹한 연기 뿐만아니라 긴장성 있는 연기까지 무리없이 잘 끌어냈다.
"처음에는 반대가 있었어요. 극에서 중요한 위치였기 때문에 캐스팅도 신중했죠. 초고에 오두리는 글래머러스한 미인 설정이였어요. 은경 양과는 많이 달랐죠. 시나리오를 고치면서 '할머니가 귀엽고 발랄하고 엉뚱한 사람이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하니 심은경이 떠오르더라고요. 모두를 설득해서 밀어붙였죠."
"또 은경 양이 톱스타가 아니기 때문에 나머지 배우들이 받쳐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인지도를 본 것도 사실이지만, 가장 중요했던 것은 각자의 색깔을 맛있게 살려줄 수 있는 배우들이 필요했죠."
그는 배우들 사이에서 '감독'이 아닌 '감동'으로 불린다. 배우들과 사투리로 대화를 나누고, 현장에서 직접 칠순 할매 연기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등 연기 디렉션으로 촬영장 분위기를 띄운다. 배우들이 저마다 간직한 끼와 목마름을 영화를 통해 달래주고 싶은 것이 그의 소망이자 연출가로서의 사명감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연기를 끌어 내준 감독으로 남고 싶어요. 그게 배우들에게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죠. 관객들은 감히 말하기 어렵지만,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자신만의 진심을 가지고 표현했던 감독으로 기억됐으면 해요. 장르를 막 뛰어넘어 다니긴 하지만 그 안에서 사람 냄새나는 진심은 항상 느껴졌으면 좋겠습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