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뉴질랜드 에코투어, 바위에 누워 파도에 귀 기울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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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세 번째 이야기
사랑은 상대가 원하는 바를 존중하며 함께하는 것이다. 상대가 사람이든 동물이나 자연이든 마찬가지다. 때문에 ‘자연을 사랑하자’는 표어를 실천하는 것은 사랑의 정의에 따라 의미도 방법도 달라진다. 있는 그대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경외감를 표하며 자연을 사랑하는 것, 뉴질랜드의 다양한 에코 투어를 경험하면서 깨친 가치다.
돌고래를 만나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
항구도시인 오클랜드를 감싼 하우라키만은 고래, 돌고래, 펭귄 등 진귀한 해양생물의 보고다. 22종이넘는 돌고래와 고래가 서식하는 이곳에는 배를 타고 돌고래와 고래를 관찰할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이 있다. 비아덕트 항구를 떠나 바다를 향해 내달린 두 시간 동안 푸른 바다, 흰 구름, 곳곳에 떠 있는 화산섬 외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승무원은 배를 세우고 망원경으로 여기 저기를 살핀다. 혹시 출발 전 공지했던 돌고래를 볼 수 없는 10%의 불운한 확률에 걸려든 건 아닐까 낙심할 무렵 누군가가 외쳤다. “돌핀스!” 사람들은 모두 데크로 뛰어나갔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 순간 모두의 표정은 티 없이 순수하고 맑다. 멀리서 헤엄쳐 온 돌고래 역시 배 위의 우리를 구경하는 듯 배 주위를 돌며 점프하고 헤엄치기를 반복한다. 돌고래의 전반적인 생태 활동에 대한 승무원의 설명은 어느 누구 귀에도 들리지 않는다. 돌고래의 몸짓, 눈빛, 간간이 들려오는 그들의 아름다운 소리에 모두들 매혹돼 넋을 잃은 상태다. 자연스러움이 주는 매력이란 이토록 황홀하다.
새들의 낙원, 티리티리마탕기섬
오클랜드의 걸프 하버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이면 새들의 천국에 도착한다. 입 속에 맑은 구슬을 넣고 부딪혀 공명이 일면 이런 소리가 날 것 같다. “티리티리마탕기.”
마오리 말로 ‘바람에 흔들리는’이라는 뜻의 섬은 1850년께 유럽인이 이주해와 토착 원시림을 벌목하고 경작지를 개간해 한때 황폐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나무 심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1984년부터 10년간 30만그루의 나무를 심고 유해 동물을 제거한 결과, 지금은 섬 전체가 숲으로 우거지고 희귀 야생조류가 서식하는 새들의 낙원으로 자리잡았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들리는 새의 날갯짓 소리에 미안해진 마음은 멀리서 온 숲을 울리는 아름다운 지저귐에 금세 평안해진다. 마치 ‘괜찮아, 천천히 숲을 즐겨’라고 말하는 듯하다. 티리티리마탕기섬에 들어갈 때는 점심을 준비해야 한다. 점심은 섬의 언덕 꼭대기 옆에 마련된 장소에서만 먹을 수 있다. 섬에는 쓰레기통이 없다. 조용히 있다가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떠나야 한다. 이곳 사람들이 자연과 더불어 사는 방법, 정말 멋지다.
비현실적인 풍경이 전하는 위안, 카레카레 해변
제인 캠피언 감독의 영화 ‘피아노’의 포스터엔 몽환적인 느낌의 해변에 피아노와 모녀가 나온다. 그 배경이 카레카레비치다. 여기로 가기 위해 뉴질랜드 서쪽 해안의 와이타케레산맥공원을 둘러보는 ‘부시 앤 비치’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울창한 우림과 해안선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이 내려다보이는 여행자센터 근방에 트랙으로 만든 산책로를 탐방한 뒤 차를 타고 카레카레 지역으로 이동했다.
무성한 숲길을 구불구불 걷다가 안개가 걷히듯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 해변 풍경에 압도됐다. 화산 폭발로 인해 생긴 검은 모래 위로 부서지는 하얀 파도와 거울처럼 빛나는 수면의 풍경을 방해하는 인공적인 구조물은 아무것도 없다. 아이들은 모래성을 쌓고, 누군가는 서핑을 즐기고, 한가롭게 누워 책을 읽고, 수영을 한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에서 멍하게 보낸 시간은 뉴질랜드 여행 중 가장 많은 위안을 받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해변이 전하는 감동을 뒤로하고 다시 숲길로 들어섰다. 하늘을 뒤덮은 수많은 나무와 열매를 보고 만지는 동안 숲은 하늘을 가르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온전히 채워졌다. 바람을 타고 진해진 숲의 향기를 가득 들이마셨다. 자연은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의 삶을 어루만지고 위로한다.
뉴질랜드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나라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어느 곳을 가든, 자연의 주인은 자연이다.
뉴질랜드=문유선 여행작가 hellomygrape@naver.com
돌고래를 만나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
항구도시인 오클랜드를 감싼 하우라키만은 고래, 돌고래, 펭귄 등 진귀한 해양생물의 보고다. 22종이넘는 돌고래와 고래가 서식하는 이곳에는 배를 타고 돌고래와 고래를 관찰할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이 있다. 비아덕트 항구를 떠나 바다를 향해 내달린 두 시간 동안 푸른 바다, 흰 구름, 곳곳에 떠 있는 화산섬 외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승무원은 배를 세우고 망원경으로 여기 저기를 살핀다. 혹시 출발 전 공지했던 돌고래를 볼 수 없는 10%의 불운한 확률에 걸려든 건 아닐까 낙심할 무렵 누군가가 외쳤다. “돌핀스!” 사람들은 모두 데크로 뛰어나갔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 순간 모두의 표정은 티 없이 순수하고 맑다. 멀리서 헤엄쳐 온 돌고래 역시 배 위의 우리를 구경하는 듯 배 주위를 돌며 점프하고 헤엄치기를 반복한다. 돌고래의 전반적인 생태 활동에 대한 승무원의 설명은 어느 누구 귀에도 들리지 않는다. 돌고래의 몸짓, 눈빛, 간간이 들려오는 그들의 아름다운 소리에 모두들 매혹돼 넋을 잃은 상태다. 자연스러움이 주는 매력이란 이토록 황홀하다.
새들의 낙원, 티리티리마탕기섬
오클랜드의 걸프 하버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이면 새들의 천국에 도착한다. 입 속에 맑은 구슬을 넣고 부딪혀 공명이 일면 이런 소리가 날 것 같다. “티리티리마탕기.”
마오리 말로 ‘바람에 흔들리는’이라는 뜻의 섬은 1850년께 유럽인이 이주해와 토착 원시림을 벌목하고 경작지를 개간해 한때 황폐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나무 심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1984년부터 10년간 30만그루의 나무를 심고 유해 동물을 제거한 결과, 지금은 섬 전체가 숲으로 우거지고 희귀 야생조류가 서식하는 새들의 낙원으로 자리잡았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들리는 새의 날갯짓 소리에 미안해진 마음은 멀리서 온 숲을 울리는 아름다운 지저귐에 금세 평안해진다. 마치 ‘괜찮아, 천천히 숲을 즐겨’라고 말하는 듯하다. 티리티리마탕기섬에 들어갈 때는 점심을 준비해야 한다. 점심은 섬의 언덕 꼭대기 옆에 마련된 장소에서만 먹을 수 있다. 섬에는 쓰레기통이 없다. 조용히 있다가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떠나야 한다. 이곳 사람들이 자연과 더불어 사는 방법, 정말 멋지다.
비현실적인 풍경이 전하는 위안, 카레카레 해변
제인 캠피언 감독의 영화 ‘피아노’의 포스터엔 몽환적인 느낌의 해변에 피아노와 모녀가 나온다. 그 배경이 카레카레비치다. 여기로 가기 위해 뉴질랜드 서쪽 해안의 와이타케레산맥공원을 둘러보는 ‘부시 앤 비치’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울창한 우림과 해안선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이 내려다보이는 여행자센터 근방에 트랙으로 만든 산책로를 탐방한 뒤 차를 타고 카레카레 지역으로 이동했다.
무성한 숲길을 구불구불 걷다가 안개가 걷히듯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 해변 풍경에 압도됐다. 화산 폭발로 인해 생긴 검은 모래 위로 부서지는 하얀 파도와 거울처럼 빛나는 수면의 풍경을 방해하는 인공적인 구조물은 아무것도 없다. 아이들은 모래성을 쌓고, 누군가는 서핑을 즐기고, 한가롭게 누워 책을 읽고, 수영을 한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에서 멍하게 보낸 시간은 뉴질랜드 여행 중 가장 많은 위안을 받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해변이 전하는 감동을 뒤로하고 다시 숲길로 들어섰다. 하늘을 뒤덮은 수많은 나무와 열매를 보고 만지는 동안 숲은 하늘을 가르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온전히 채워졌다. 바람을 타고 진해진 숲의 향기를 가득 들이마셨다. 자연은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의 삶을 어루만지고 위로한다.
뉴질랜드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나라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어느 곳을 가든, 자연의 주인은 자연이다.
뉴질랜드=문유선 여행작가 hellomygrap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