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폰 스투크의 ‘불협화음’(1910, 뮌헨 빌라 스투크)
프란츠 폰 스투크의 ‘불협화음’(1910, 뮌헨 빌라 스투크)
서양의 대중 사이에 즐겨 연주되던 팬파이프에는 흥미로운 신화적 에피소드가 서려 있다. 호색한인 목신(Pan)은 나무의 요정을 사랑해 겁탈하려 했는데 이를 피하려던 요정이 갈대로 변해버려 무위에 그치고 만다. 상심에 잠긴 목신은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며 내는 소리를 듣고 그것을 꺾어 팬파이프를 만들었다고 한다. 목신이 이 악기를 불 때마다 목동들은 공포에 떨었다고 한다.

독일의 상징주의 화가 프란츠 폰 스투크(1863~1928)의 ‘불협화음’은 팬파이프에 얽힌 신화에 화가의 상상력을 덧붙인 것이다. 상징주의는 19세기말 20세기 초 이성 중심주의에 반발해 등장한 사조로 신화적 소재를 새롭게 재해석했다.

화가는 목신이 잠시 한눈을 판 사이 호기심이 발동한 한 꼬마 정령이 악기를 가로채 젖 먹던 힘을 다해 불고 있다는 내용을 더했다. 자신이 만든 악기에 되레 당하고 있는 목신의 모습은 요정에게 동정심을 갖고 있던 독자들에게 묘한 복수의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