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상승동력(모멘텀)·매수주체·주도주·방향성이 없는 이른 바 '4무(無)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21일 오전 11시20분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9.35포인트(0.48%) 상승한 1963.13을 기록했다. 이틀째 상승세를 지속했지만 여전히 투자심리를 회복되지 않았다.

지수가 지리한 흐름을 지속하는 것은 좁은 거래 범위(박스권) 상단을 뚫고 나갈 만한 계기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서 200일 이동평균선을 중심으로 1931~1965선에서 거래됐다.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간 수익률의 변동성이 2.2%를 밑도는 기간이 가장 길다"며 "주간수익률의 변동성이 2.2%를 밑도는 기간은 2012년 11월 말부터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증시의 변수로 생각됐던 경기 실적 모멘텀 약화, 엔저 가속화, 중국 경기 부진 등이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하면서 이달들어 국내증시에서는 상승동력·매수주체·주도주,·방향성이 없는 '4무장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의 4분기 실적들이나 대내외 정책 변수들이 마무리 되기 전까지는 이와 같은 지지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중 대내외 정책 변수들은 이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일본은행(BOJ) 통화 정책 결정, 국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발표도 예정돼 있다.

김정환 연구원은 "코스피는 여전히 혼조의 상황이지만 점차 저점을 높여갈 것"이라며 "최근 저점을 높여가고 있는 현대차삼성전자의 움직임은 지수방어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대로 삼성전자와 현대차로 대변되는 국내 수출기업의 수익성 둔화가 부담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수년간 삼성전자의 실적호전을 이끌었던 시장점유율 확대는 점유율이 40%를 넘어서면서 이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부문인 휴대폰시장은 지난해부터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에 대한 성장 기대치를 좀 낮추는 것이 오히려 시장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노 연구원은 "국내 경제주체들의 시장 수급이 취약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 둔화 또는 매도는 관계가 없어 보이는 여타 업종들의 수급까지 함께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실적의 깜짝 호전이나 미래에 대한 가시적인 비전,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강한 액션이 없이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매수를 유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