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영림목재 회장(왼쪽 두 번째)이 인천 남동공단 영림목재 공장에서 직원들과 제품에 쓰이는 원목 상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이경호 영림목재 회장(왼쪽 두 번째)이 인천 남동공단 영림목재 공장에서 직원들과 제품에 쓰이는 원목 상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이경호 영림목재 회장(64)은 목재분야 기업인 가운데서는 거의 유일하게 ‘원목’에 대한 고집을 아직까지 지키고 있는 경영인이다. 대부분 기업들이 밀도섬유판(MDF)합판에 무늬목(종이처럼 얇게 켠 목재료)을 붙이고 있지만 영림목재는 값비싼 북미 지역의 특수목(고급 원목)을 들여와 목재나 가구, 팔레트 등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최근 이 회사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매출(300억원)이 1년 전보다 30%가량 줄어들 정도로 목재산업이 침체된 상황에서 ‘고급 목재’만 고집하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원목’만 쓴다는 원칙은 유지하되 소비층을 넓히기 위해 가격을 낮춘 중가 제품도 내놓겠다는 전략이다.

○고급 목재 적극 개발

영림목재는 1969년 설립된 회사로 이 회장이 사업을 맡은 1978년 이전에는 ‘목재 상자’를 주로 만들었다. 대우전자와 동양정밀공업 무역부에서 일하던 이 회장은 선친 이용복 창업주의 갑자스런 와병으로 대표 자리에 올랐다. 그는 취임 이후 특수목, 서재가구, 마루재, 조경재, 목재 팔레트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는 대표직을 맡은 뒤 세계를 돌며 참나무, 물푸레나무, 단풍나무 등 질 좋은 나무를 찾아 나섰다. 한국 기후조건에 맞게 목재도 개발했다. 이 회장은 “대부분 업체들이 서너 가지 원목만 취급하던 것과 달리 120여종까지 들여와 다품종 소량생산을 시도했다”며 “지금도 직원들에게 뛰어난 특수목을 찾아 세계를 누비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특수목 분야에서 1인자가 되기 위해 53세의 나이에 일본 와세다대 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나기도 했다. 그곳에서 그는 고급 목재 활용 분야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일본의 기업들에 대해 배우고 연구했다.

○‘e-라이브러리’ 법인전환 추진

영림목재는 서재가구 브랜드 ‘e-라이브러리’를 오는 3월께 별도 법인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e-라이브러리는 원목으로 만든 고급 서재가구다. 대학 총장실이나 대기업 중역실 등에 주로 납품돼 왔다. ‘상속자들’ ‘황금의 제국’ ‘상어’ 등 기업인들이 등장하는 드라마에 e-라이브러리 제품이 협찬으로 제공되기도 했다.

하지만 고급제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중후한 유럽풍 디자인을 고수하고 가격이 비싸 소득 상위 5% 고객들이 주로 구매했다”며 “고객층을 보다 넓히기 위해 현대적 감각으로 디자인한 중가대 제품을 내놓고 별도 법인으로 분리시켜 성장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소재 융합도 실시

화물을 하역·수송하는 데 쓰는 받침대형 장비인 팔레트는 최근 들어 목재보다 가격이 싼 철재나 플라스틱 팔레트로 대체되는 분위기다. 이 회장은 목재와 철재, 플라스틱 재질의 장점을 결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 회장은 “다른 소재들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불에 타도 유독성 물질이 나오지 않는 목재를 결합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수목과 조경재 마루재 등 8개 사업 분야를 4~5개 분야로 정리할 것”이라며 “이 분야들을 집중 육성해 올해 매출 42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