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왼쪽)과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이 21일 합작사 설립 계약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제공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왼쪽)과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이 21일 합작사 설립 계약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제공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합작 석유화학 회사인 현대케미칼이 21일 출범했다. 합작사는 2016년부터 원유정제와 합성섬유 원료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정유사와 유화업체 간 국내 첫 합작사로 상당한 시너지를 거둘 것으로 양사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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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과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은 이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을 설립하고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합작계약서에 서명했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각각 6 대 4의 비율로 출자하는 합작사는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22만㎡ 부지에 들어서며 2016년 하반기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케미칼은 연 100만t의 혼합자일렌(MX)을 생산해 롯데케미칼과 현대오일뱅크 자회사인 현대코스모에 공급한다.

MX는 방향족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BTX(벤젠, 톨루엔, 자일렌) 공정의 주원료 가운데 하나로 합성섬유와 플라스틱, 휘발유 첨가제 등의 기초원료로 쓰인다. 지금까지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MX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왔다.

또 현대케미칼은 하루 6만배럴의 경유와 등유를 생산하고, 경질 나프타를 연 100만t 생산할 계획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오일뱅크의 하루 원유처리량은 39만배럴에서 53만배럴로 늘어난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MX와 경질 나프타를 자체 조달하면 수입대체 효과만 연간 2조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물로 나오는 경유와 등유 판매로 연 3조원가량의 수출증대 효과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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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공단에 도로를 사이에 두고 각각의 공장을 운영 중인 두 회사가 MX 합작사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약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등에서 MX를 수입하던 두 회사는 출렁이는 유화 업황 탓에 안정적인 원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차라리 이웃사촌기업인 우리가 원료회사를 함께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를 내고 의기투합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중국에서 합성섬유 수요가 급증하면서 MX 물량이 달리는 데다 최근엔 MX 제조사들이 잇따라 합성섬유 원료 사업을 확장하면서 자체 소비까지 늘어나 원료시장에 직접 진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권 사장은 “대산 유화단지를 대표하는 두 회사가 초대형 합작계약을 맺는 경사가 났다”며 “이를 계기로 지리적 이점과 서로의 강점을 활용한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허 사장은 “합작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두 회사의 지속적 성장의 발판으로 삼고 시장경쟁력을 높이는 모범적인 사례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앞으로 건설과정이나 공장가동에서도 합작사의 이익을 우선하고 협력을 통해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