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같은 SPA의 특징은 품질에 비해 값이 싸다는 것이다. 이런 평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옷을 만들어 파는 방식이 기존 시스템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큰 특징은 수직계열화에 있다. 상품 기획, 디자인, 생산, 유통, 판매를 일괄처리한다. 디자인과 원재료 구입, 제작 등을 전문화된 회사에서 맡기도 하는 일반 옷과는 다른 방식이다. 중간에 거쳐야 하는 단계가 생략돼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기능성을 강조하며 철저하게 기획된 상품을 만들거나, 아니면 현재의 유행을 반영한 옷을 내놓는 게 SPA의 장점이다. 과거 의류업체들은 유행할 상품을 미리 예측, 생산했다. 봄에 가을 옷을 만드는 식이다. 그러나 SPA는 현재의 유행을 반영, 옷을 만든다. 자라의 경우 유행을 포착한 뒤 완제품을 내놓기까지 2주밖에 안 걸린다. 일괄처리로 제조기간을 줄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혹은 기능을 강조한 기획성 상품에 주력한다. 유니클로의 히트텍이 그런 예다.

SPA는 옷값 거품을 빼는 데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소비자의 충동구매를 자극하고 ‘의류 쓰레기’를 양산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게 받는다. 옷을 쉽게 사서 잠시 입다 금세 버리는 소비행태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유행 좇기에 급급해 소재나 봉제의 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패션업계에서는 SPA의 급성장에 대한 반작용으로 오래 입을 수 있는 고급스런 옷을 추구하는 슬로 패션(slow fashion)이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해외 SPA 업체들은 부정적 이미지를 벗기 위해 폐의류 수거, 환경 보호 운동, 소외계층 지원 등 각종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는 추세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