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자라’ ‘H&M’은 저가제품 판매라는 SPA의 기본적인 특성은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특화된 전략을 갖고 있다.

유니클로는 기본에 충실하다는 평이다. 셔츠, 면바지 등 기본적인 옷을 주로 만든다. 소품종 대량 생산이 특징이다. 유행을 좇지 않는 단순한 디자인의 제품이 많다. 대신 소재와 기능성을 상대적으로 강조한다. 각 시즌에 간판으로 내세울 주력 아이템을 미리 정하고, 집중적으로 홍보해 대량으로 팔아치운다. 10~30대 젊은 층뿐 아니라 40~60대까지 끌어들이는 비결이다.

자체 공장 없이 100% 협력업체를 통해 제품을 생산한다. 주문을 대량으로 발주하고 반품 없이 전량 매입하는 대신 품질 관리 등에 까다롭게 개입하는 식이다.

자라는 다품종 소량 생산이 원칙이다. 유행을 신속히 파악해 연간 3만개 이상의 디자인과 1만종 이상의 상품을 쏟아낸다. 전체 물량의 15%만 사전 생산하고 나머지 85%는 시장 흐름을 봐 가며 내놓는 ‘반응생산체계’를 구축, 재고율을 20% 아래로 지킨다.

디자인에서 샘플 제작까지 24시간이 채 안 걸리고, 2주 후엔 완제품이 나오는 초스피드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다. 본사 물류센터에선 시간당 6만벌의 의류에 가격표를 붙인 뒤 즉시 판매 가능한 상태로 포장해 항공편으로 전 세계 매장에 실어보낸다.

H&M은 기본 디자인과 유행에 맞춘 디자인을 6 대 4 정도로 적절히 배분해 ‘최적점’을 찾는 전략을 쓴다. 다른 SPA보다 값이 저렴한 편이고, 매년 100만종 이상을 쏟아내는 다품종 소량 생산 전략으로 불특정 다수를 공략한다.

H&M의 ‘필살기’는 유명 디자이너와의 컬래버레이션(협업)이다. 세계적인 정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옷을 5만~20만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한정판으로 내놓는 것이다. ‘SPA는 싸구려 옷’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시작한 이 전략은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새 한정판 출시 때면 매장마다 1000명 넘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