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가 경쟁에 열 올리는 저비용항공사...몸살 난 서버는 뒷전?
[ 최유리 기자] 항공권 특가 판매 기간마다 되풀이되는 저비용항공사(LCC)의 홈페이지 마비 사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가 행사로 판매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데 비해 원활한 예약 시스템 구축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가중된 탓이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연초 LCC들의 특가 행사가 시작되면서 해당 항공사 홈페이지의 접속 장애가 잇따랐다.

이달 초 제주항공이 제주 노선 항공권을 9000원(총액운임 2만5100원)에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이 특가 행사를 이어갔다.

1만원도 안 돼는 운임(유류할증료·공항세 제외)이나 최대 50%에 가까운 할인 폭을 내세우면서 해당 항공사들의 홈페이지에는 평소 대비 10배 이상의 접속자들이 몰렸다.

그 결과 할인폭이 큰 일부 항공권들이 행사 초기부터 매진되는 등 항공사들은 톡톡한 판매 효과를 누렸다. 특가 행사로 비성수기나 비인기 구간의 탑승률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재고가 쌓이지 않는 항공업의 특성상 싸게 팔더라도 탑승률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며 "특가 행사로 검색어에 오르며 항공사나 운항 노선을 홍보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특가 항공권 예매가 시작되기만 하면 접속자 폭주로 항공사들의 홈페이지가 접속 장애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전화나 오프라인으로 판매하지 않은 특가 항공권의 특성 상 홈페이지에 문제가 발생하면 예약 시스템 전체가 마비되는 셈이다.

LCC들은 서버 증설 등 조치에 나섰지만 매번 반복되는 문제에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벤트가 거듭될수록 접속자 수가 늘어나면서 안정적인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서버의 용량도 파악이 안 된 상황이다.

제주항공의 경우 지난 9월 서버를 증설했지만 올 초 특가 행사에는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홈페이지와 모바일 웹,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예약을 받았지만 세 시스템 모두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반복되는 서버 문제에 소비자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비자는 "항공권을 아무리 싼 특가로 내놓아도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며 "하루 종일 홈페이지에 들락거려야 하는 일이 없도록 안정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