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이 깨지면서 개천에 빠진 초등학생을 구한 용감한 20대 임신부가 알려져 화제다.

주인공은 곧 임신 24주차를 맞는 정나미 씨(27). 한달 전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으로 이사 온 정씨는 여느 때처럼 운동삼아 집 근처에서 산책하고 있었다.

한 시간 가량을 걸어 마평동 소재 용인공설운동장까지 다다른 정씨는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한 할아버지가 다급한 표정을 하고 개천으로 뛰어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무슨 일일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에 고개를 돌려보니 살얼음이 언 경안천에 초등학생 김모군(10)이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주변에는 주민들이 전화기를 붙잡고 119에 신고를 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소방대원이 도착하기 전에 큰일이 생기겠다는 생각에 정씨는 배가 부른 몸을 이끌고 얼음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뱃속의 아이가 떠올라 순간 망설였지만 아이를 살리고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 개천 깊이는 성인 허리 정도까지 올 정도로 깊지 않아 김군을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마침 길을 지나던 대학생 유모씨(24)가 의식을 잃은 김군에게 5분여 동안 심폐소생술을 해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사고 후 성남 분당의 한 병원에 입원해 안정을 취한 정씨는 “평소 같았으면 그냥 구경했을 것 같았는데 임신을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를 구해야겠다는 용기가 났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씨과 유씨에게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할 예정이다.

용인=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