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호 씨의 ‘S.O_4-1’. 가나아트센터 제공
지용호 씨의 ‘S.O_4-1’. 가나아트센터 제공
작가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어떤 작가는 열심히 재료를 실험하고 또 다른 작가는 특정 대상(소재)에 대한 탐구를 통해 자신의 미적 정체성을 만들어 나간다.

23일부터 다음달 16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나란히 개인전을 여는 조각가 지용호 씨와 안성하 씨는 개념미술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미술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미술의 기본으로 승부를 거는 젊은 작가들이다. 30대 후반인 두 작가는 국내보다는 해외 아트페어에서 나란히 호평을 받아 한국 미술의 성가를 높이고 있다.

지씨는 오랫동안 폐타이어 조각인 ‘뮤턴트(Mutant·변종)’ 시리즈로 눈길을 끌어온 작가. “예술은 물질에 내재한 생명력을 끄집어내는 과정”이라는 그는 그간 생명체에 깃든 역동적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내놓은 신작 ‘오리진(Origin)’ 시리즈에서는 전복껍데기를 기본 재료로 삼아 그런 에너지가 내재화된 형상을 만들어냈다. 전복껍데기로 뒤덮인 외계 생명체, 우주선 모양 작품의 겉모습은 유선형의 매끄러운 형태를 갖고 있지만 강력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지씨가 재료에 대한 실험에 몰두하는 데 비해 안씨는 일상적으로 접하는 기호품을 극사실적으로 탐색해 들어가는 작가다. 20대 후반이던 2000년대 초반 일찌감치 인기 작가로 자리 잡은 안씨는 유리 재질의 오브제 안에 담긴 담배꽁초, 사탕 등을 몽환적으로 묘사해 주목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의 소재를 다룬 작품 외에 와인 코르크 시리즈를 새롭게 선보인다. 극사실화와 무엇이 다르냐는 지적에 대해 작가는 “일반적인 극사실화는 대상을 즉물적으로 다루지만 내 작품은 달콤함과 독성을 동시에 지닌 기호품을 통해 현대 소비사회의 양면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02)720-1020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