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들, 낮은 의료수가·경기불황으로 고전한다는데…고려대병원 지난해 '나홀로' 110억 흑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토요일에도 정상근무
안암 등 3곳 모두 흑자
외국인 환자 90% 늘어
안암 등 3곳 모두 흑자
외국인 환자 90% 늘어
대형병원들이 지난해 ‘낮은 의료수가’와 ‘경기불황’ 여파로 줄줄이 적자를 낸 가운데 고려대의료원(고려대병원)이 ‘진료 부문’에서만 100억원대 흑자를 냈다. 고려대병원은 1941년 개원 이래 최대 규모의 매출·순이익을 올렸다. 장례식장이나 외식사업까지 포함하면 매출뿐만 아니라 순익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만년 적자병원 꼬리표 뗐다
고려대병원은 지난해 안암·구로·안산 등 3개 병원의 진료 분야에서만 매출 7100억원, 순이익 110억원을 올렸다고 22일 밝혔다. 3개 병원 모두 흑자를 낸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장례식장이나 외식사업 등을 뺀 ‘순수 진료비’에서 거둬들인 성과다. 재작년까지 줄곧 적자를 기록하다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다. 병원 측은 진료 이외 사업부문까지 다 합치면 지난해 매출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의료계 안팎에선 ‘의외’라는 반응이다. 낮은 의료수가 때문에 대형병원이 진료비 부문에서 이익을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고려대병원은 ‘빅5(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로 불리는 대형 병원들에 비해 명성이 떨어진다. 고려대병원만의 영업비결은 무엇일까.
김우경 고려대병원 의료원장은 “지난해부터 토요일에도 정상 근무를 했다”고 말했다. 외래환자 진료를 강화했다는 얘기다. 그는 “하루 평균 4000명 수준이던 고려대 안암병원의 외래환자 수가 지난해 10월9일 4700명을 찍었다”며 “역대 최고 기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작년 초 안암병원과 구로병원이 정부가 지정하는 연구중심 병원으로 동시에 선정되는 등 의료 신기술 연구에 그동안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며 “이제 환자 유치에 탄력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지난해 실적이 확 좋아지면서 병원 내에서 미스터 턴어라운드라는 별명도 얻었다”고 말했다.
◆몽골서 ‘신장이식 최고 병원’
늘어난 외국인 환자도 큰 몫을 했다. 지난해 고려대 안암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9622명으로 2012년(5060명)보다 90%(4562명) 늘었다. 이로 인해 얻은 진료수익만 64억원에 달했다.
외국인 환자의 80%는 몽골·러시아·카자흐스탄 등에서 왔다. 이들 지역에서 온 환자의 90%는 장기이식(신장이식) 환자였다. 나머지 환자들은 소화기암(위·간·대장암) 치료가 많았다.
신장이식 환자는 신장을 제공하는 가족이 함께 오는데, 보통 1~2개월을 환자와 함께 치료를 받고 돌아간다. 이들이 쓰는 치료비는 최소 5000만원을 넘는다. 병원으로선 ‘알짜 환자’가 많았던 셈이다.
고려대병원이 ‘신장이식’에 관한 명성을 얻기까지 ‘몽골통’으로 알려진 박관태 장기이식센터 부소장의 역할이 컸다. 박 부소장은 2001년 4월부터 4년 동안 몽골 울란바토르병원에서 의료봉사를 하며 2500여건의 수술을 진행했다. 또 몽골 최초로 복강경 수술(복부에 작은 구멍을 내고 하는 수술)을 집도하기도 했다. ‘한국에 가서 몽골말을 잘하는 박 임치(의사의 몽골말)를 만나면 살 수 있다’는 소문이 날 정도였다. 몽골 정부는 국비를 들이면서 신장이식 환자를 고려대병원에 보내고 있다.
김 원장은 “고려대병원은 서울 구로나 안산 등 외진 곳에 있어서인지 변방 지역병원 이미지가 강했고 ‘빅10’에도 끼워주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난해 성과만 보면 ‘국내 최고’라는 서울대병원(지난해 적자 680억원 추정)보다 낫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만년 적자병원 꼬리표 뗐다
고려대병원은 지난해 안암·구로·안산 등 3개 병원의 진료 분야에서만 매출 7100억원, 순이익 110억원을 올렸다고 22일 밝혔다. 3개 병원 모두 흑자를 낸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장례식장이나 외식사업 등을 뺀 ‘순수 진료비’에서 거둬들인 성과다. 재작년까지 줄곧 적자를 기록하다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다. 병원 측은 진료 이외 사업부문까지 다 합치면 지난해 매출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의료계 안팎에선 ‘의외’라는 반응이다. 낮은 의료수가 때문에 대형병원이 진료비 부문에서 이익을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고려대병원은 ‘빅5(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로 불리는 대형 병원들에 비해 명성이 떨어진다. 고려대병원만의 영업비결은 무엇일까.
김우경 고려대병원 의료원장은 “지난해부터 토요일에도 정상 근무를 했다”고 말했다. 외래환자 진료를 강화했다는 얘기다. 그는 “하루 평균 4000명 수준이던 고려대 안암병원의 외래환자 수가 지난해 10월9일 4700명을 찍었다”며 “역대 최고 기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작년 초 안암병원과 구로병원이 정부가 지정하는 연구중심 병원으로 동시에 선정되는 등 의료 신기술 연구에 그동안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며 “이제 환자 유치에 탄력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지난해 실적이 확 좋아지면서 병원 내에서 미스터 턴어라운드라는 별명도 얻었다”고 말했다.
◆몽골서 ‘신장이식 최고 병원’
늘어난 외국인 환자도 큰 몫을 했다. 지난해 고려대 안암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9622명으로 2012년(5060명)보다 90%(4562명) 늘었다. 이로 인해 얻은 진료수익만 64억원에 달했다.
외국인 환자의 80%는 몽골·러시아·카자흐스탄 등에서 왔다. 이들 지역에서 온 환자의 90%는 장기이식(신장이식) 환자였다. 나머지 환자들은 소화기암(위·간·대장암) 치료가 많았다.
신장이식 환자는 신장을 제공하는 가족이 함께 오는데, 보통 1~2개월을 환자와 함께 치료를 받고 돌아간다. 이들이 쓰는 치료비는 최소 5000만원을 넘는다. 병원으로선 ‘알짜 환자’가 많았던 셈이다.
고려대병원이 ‘신장이식’에 관한 명성을 얻기까지 ‘몽골통’으로 알려진 박관태 장기이식센터 부소장의 역할이 컸다. 박 부소장은 2001년 4월부터 4년 동안 몽골 울란바토르병원에서 의료봉사를 하며 2500여건의 수술을 진행했다. 또 몽골 최초로 복강경 수술(복부에 작은 구멍을 내고 하는 수술)을 집도하기도 했다. ‘한국에 가서 몽골말을 잘하는 박 임치(의사의 몽골말)를 만나면 살 수 있다’는 소문이 날 정도였다. 몽골 정부는 국비를 들이면서 신장이식 환자를 고려대병원에 보내고 있다.
김 원장은 “고려대병원은 서울 구로나 안산 등 외진 곳에 있어서인지 변방 지역병원 이미지가 강했고 ‘빅10’에도 끼워주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난해 성과만 보면 ‘국내 최고’라는 서울대병원(지난해 적자 680억원 추정)보다 낫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