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선보인 콜라캔 크기의 미니 로터리 컴프레서.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선보인 콜라캔 크기의 미니 로터리 컴프레서.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LG전자가 냉장고, 에어컨의 ‘심장’으로 불리는 컴프레서(압축기) 기술 경쟁에 돌입했다.

컴프레서는 냉장고, 에어컨 등의 냉기를 순환시키고 냉매 압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부품이다. 가전제품의 성능은 컴프레서 전력 소모와 소음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LG전자가 ‘고효율 컴프레서’ 기술 우위를 내세우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컴프레서 소형화’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전자는 기존 컴프레서보다 크기를 4분의 1로 줄인 ‘미니 로터리 컴프레서’를 개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개막한 냉공조전시회(AHR EXPO)에서 공개했다. 새 제품은 355mL 콜라캔과 비슷한 크기이며, 무게도 1.2㎏으로 기존 제품(5.93㎏)의 5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소음도 도서관 내부 수준으로 크게 줄였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크기는 작지만 기존 컴프레서보다 냉방 효율이 35%가량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새 컴프레서를 냉장고, 에어컨에 적용하는 데 이어 캠핑 도구나 쿨링 자켓에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전원과 연결하면 야외 텐트 안에서도 냉방을 유지할 수 있는 제품으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박종환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은 “생활가전 원천기술인 컴프레서의 혁신을 이끌어낸 제품”이라며 “일본과 중국, 유럽에도 이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효율 인버터 컴프레서를 장착한 LG전자 시스템에어컨. LG전자 제공
고효율 인버터 컴프레서를 장착한 LG전자 시스템에어컨. LG전자 제공
이에 맞서 LG전자는 ‘고효율’ 컴프레서로 맞불을 놨다. 이 회사는 미국 냉공조전시회에서 인버터 컴프레서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에어컨 ‘멀티브이 슈퍼4’와 실외기 크기를 절반으로 줄인 시스템에어컨 ‘멀티브이 워터S’ 등을 선보였다. 이들 제품에는 LG전자의 고효율 인버터 컴프레서가 장착됐다.

인버터 컴프레서는 냉장고나 에어컨의 냉방 상태에 따라 내부 압축모터를 돌리는 속도를 조절해주는 첨단 제품이다. 에어컨의 경우 실내온도에 따라 냉방 성능을 10~160% 사이에서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LG전자는 고효율 인버터 컴프레서 기술을 냉장고, 에어컨 전 모델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우리는) 1973년 냉장고 컴프레서 국산화에 맨처음 성공했고 2001년 인버터 기능을 갖춘 ‘리니어 컴프레서’를 처음 개발했다”며 “리니어 컴프레서 관련 전 세계 특허의 40%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가 컴프레서 기술 개발경쟁을 벌이는 까닭은 가전 시장의 판도 변화 때문이다. 올해 TV 수요가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에어컨, 세탁기 등 백색가전 시장이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2015년 세계 가전 1위란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며 “컴프레서 개발경쟁은 에어컨, 냉장고 시장 주도권 다툼의 전초전”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명/윤정현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