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임형규 전 삼성종합기술원장(61·사진)을 SK텔레콤 부회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임 부회장은 SK그룹 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와 신성장동력 사업을 총괄하는 사령탑 역할을 맡는다.

SK는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 ICT 기술·성장추진 총괄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임 전 원장을 부회장으로 영입했다고 22일 발표했다.

새로 만들어진 ICT 총괄 부회장직은 SK그룹 내 ICT와 관련한 계열사인 SK텔레콤, SK C&C, SK하이닉스의 기술인력과 조직을 관리하게 된다. SK는 조만간 SK수펙스추구협의회 내에 이와 관련한 별도 위원회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임 부회장은 다음달 초부터 SK그룹의 ICT 분야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비전을 설계하는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임 부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대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삼성 ‘테크노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삼성전자에 몸담은 동안 임 부회장은 비메모리(시스템LSI) 전문가로 통했다. 2000년 1월부터 2003년 말까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을 맡아 삼성전자의 초창기 비메모리 사업의 기틀을 다졌다.

당시 삼성전자는 D램 분야를 집중 육성하면서 차세대 신수종사업으로 비메모리 사업을 선정했는데, 그 임무를 임 부회장이 맡았다. 삼성 관계자는 “임 부회장은 공대 출신 엔지니어지만 경영자로서 감각도 뛰어났다”며 “삼성그룹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종합기술원장을 짧게 맡는 동안에도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이 임 부회장을 영입한 것은 SK하이닉스를 주축으로 한 그룹 내 신수종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SK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사인 점을 고려해 임 부회장을 SK하이닉스가 아닌 SK텔레콤으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ICT 기술을 통해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인재로 임 부회장을 추천했고, 삼고초려 끝에 영입이 성사됐다”며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에 사전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임 부회장 영입 이후에도 SK텔레콤 대표이사직은 하성민 사장이 계속 맡아 통신사업을 총괄한다”며 “임 부회장은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하이닉스 사업을 주로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임 부회장이 하이닉스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그룹 내 ICT 기술 총괄직을 맡아 반도체와 차세대 통신기술을 접목한 미래성장동력으로 키우는 역할을 할 것이란 설명이다.

한편 SK에 앞서 KT도 신임 회장에 황창규 전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사업부 사장을 내정했다.

KT는 오는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황 회장 내정자를 회장으로 공식 선임한다. 통신사들이 잇달아 비통신 전문가를 영입하고 있는 것은 포화상태인 통신사업에서 벗어나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국내 통신시장은 포화상태에 다다른 데다 모바일 인터넷 발달로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등 통신사의 주요 수익원이 계속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