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 메이커' 이재홍 UBS대표, 아름다운 퇴장
국내 인수합병(M&A) 업계의 대표적 ‘딜 메이커(거래를 성사시키는 사람)’로 통하는 이재홍 UBS증권 한국 대표(55·사진)가 이달 말 임기 만료로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13년간 UBS증권 서울지점을 이끌어온 이재홍 대표가 임기만료로 이달말 대표직을 사임한다.

이 대표는 “대표직을 맡아온 지난 13년간은 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한 시기”라며 “당장 UBS를 떠나지만 내가 필요한 곳에서 새롭게 쓰임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IB간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고, 기업 고객들의 요구 수준도 선진국처럼 높아지고 있어 그 어느때보다 고도의 IB지식과 기법이 필요한 시기”라며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IB 가운데 가장 발빠르게 조직을 재정비한 UBS가 한국에서도 ‘IB명가’로서 위상을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외국계IB로서 단기 실적 위주의 ‘한탕주의’식 영업이 아닌 오랜 기간 신뢰를 쌓는 영업으로 국내 대기업들에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국내 최대 M&A와 첫 크로스보더(국경 간) M&A를 자문한 기록도 갖고 있다. 2007년 7조2000억원짜리 딜인 신한금융의 옛 LG카드(현 신한카드) 인수를 자문했다. 1998년엔 국내 첫 크로스보더 M&A인 볼보의 삼성중공업 중장비 부문 인수를 성사시켰다. 2005년엔 3조4000억원 규모 딜이었던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의 제일은행 인수를 자문했고, 2008년엔 4조1000억원 규모였던 금호그룹의 대한통운 인수 자문도 맡았다.

일에 있어선 누구보다 ‘프로’임을 자부하지만 청각 장애우들의 사회적응교육을 비롯해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돕는 등 매주 일요일 봉사활동과 정기적인 기부활동을 하는 등 '나눔'실천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는 충암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와 1982년 체이스맨해튼은행에 입사해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로 업무를 시작했다. 1990년 JP모건 홍콩IB부문에서 한국 기업금융을 담당하면서 글로벌 IB감각을 익혔다. 1996년 UBS증권 서울 IB부문 대표(부지점장)를 시작으로 UBS에 몸을 담기시작했고, 2001년 UBS증권 한국대표로 취임 후 13년간 대표직을 맡았다. 2000년엔 잠깐 ABN암로 서울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