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따뜻한 말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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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배달하며 들었던 한마디 "힘들지?"
"한번 해보자" 맘 먹게한 인생의 전환점
위철환 < 대한변호사협회장 welawyer@hanmail.net >
"한번 해보자" 맘 먹게한 인생의 전환점
위철환 < 대한변호사협회장 welawyer@hanmail.net >
최근에 지방 소재 어느 변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던졌다는 소식을 접했다. 또 서울역에서 한 가장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이 모두 나를 몹시 슬프게 한다. 불명예스럽게도 한국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수위를 달리고 있다고 한다. 왜 그럴까? 경제적 풍요의 측면에서 보면 예전과 비교가 안 될 만큼 세계적으로 보아도 꽤 잘사는 것 같은데 말이다.
나도 사실은 1970년대 초반 시골 벽촌에서 가족을 등진 채 중학교를 졸업하고 무작정 서울로 처음 올라와 거리를 헤맬 때 이들처럼 안 좋은 생각을 품었을 때가 있었다. 객지에서의 생활이 지옥처럼 느껴지고 가족의 품이 그립기도 하고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숙식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신문사 지국에서 새우잠을 자며 새벽 4시에 일어나 신문을 배달하던 때가 그러했다. 말 그대로 하루하루를 그냥 견딜 뿐이었고 아무런 희망도 갖지 못하던 때였다.
그러던 어느 새벽, 붉은색 철 대문 집에 신문을 배달하고 나서려던 참이었다. 마침 운동을 하고 계셨는지 약간 상기된 얼굴의 아저씨 한 분이 신문을 건네는 내 손을 한참을 잡고는 어루만져 주셨다. “힘들지?” 다정하게 건네는 그 한마디에 갑자기 눈물이 핑 돌고 정신을 못 차리겠어서 아저씨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고개만 꾸벅하고는 냅다 다음 집을 향해 뛰어버렸다.
“그놈 신문 배달만 하기에는 아까운데! 공부를 하면 뭔가 큰 인물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멀리서 아저씨가 외치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절망의 고통 속에서 헤매고 있는 나에게 그 아저씨의 따뜻한 한마디는 그야말로 큰 희망과 용기를 주기에 충분했다. 과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도 자신감을 가지고 열심히 살기로 마음을 먹게 되는 전환점이 됐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지금보다 훨씬 못할 때 오히려 지금보다도 더 행복감을 느꼈다고 한다.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모든 가치를 지나치게 경제력, 권력, 학력 등 요인으로 도식적으로 평가함으로써 상대적 빈곤감과 열등감을 느끼게 되고, 경쟁 속에서 상호 소통하는 기회가 부족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재력을 가진 자, 권력을 쥐고 있는 자, 잘난 자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고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경직된 것 등이 그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요즘 ‘따뜻한 말 한마디’라는 드라마가 유행이라고 한다. 내용은 잘 모르겠으나, 정말 우리 사회에 따뜻한 한마디의 말이 꼭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철환 < 대한변호사협회장 welawyer@hanmail.net >
나도 사실은 1970년대 초반 시골 벽촌에서 가족을 등진 채 중학교를 졸업하고 무작정 서울로 처음 올라와 거리를 헤맬 때 이들처럼 안 좋은 생각을 품었을 때가 있었다. 객지에서의 생활이 지옥처럼 느껴지고 가족의 품이 그립기도 하고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숙식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신문사 지국에서 새우잠을 자며 새벽 4시에 일어나 신문을 배달하던 때가 그러했다. 말 그대로 하루하루를 그냥 견딜 뿐이었고 아무런 희망도 갖지 못하던 때였다.
그러던 어느 새벽, 붉은색 철 대문 집에 신문을 배달하고 나서려던 참이었다. 마침 운동을 하고 계셨는지 약간 상기된 얼굴의 아저씨 한 분이 신문을 건네는 내 손을 한참을 잡고는 어루만져 주셨다. “힘들지?” 다정하게 건네는 그 한마디에 갑자기 눈물이 핑 돌고 정신을 못 차리겠어서 아저씨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고개만 꾸벅하고는 냅다 다음 집을 향해 뛰어버렸다.
“그놈 신문 배달만 하기에는 아까운데! 공부를 하면 뭔가 큰 인물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멀리서 아저씨가 외치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절망의 고통 속에서 헤매고 있는 나에게 그 아저씨의 따뜻한 한마디는 그야말로 큰 희망과 용기를 주기에 충분했다. 과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도 자신감을 가지고 열심히 살기로 마음을 먹게 되는 전환점이 됐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지금보다 훨씬 못할 때 오히려 지금보다도 더 행복감을 느꼈다고 한다.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모든 가치를 지나치게 경제력, 권력, 학력 등 요인으로 도식적으로 평가함으로써 상대적 빈곤감과 열등감을 느끼게 되고, 경쟁 속에서 상호 소통하는 기회가 부족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재력을 가진 자, 권력을 쥐고 있는 자, 잘난 자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고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경직된 것 등이 그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요즘 ‘따뜻한 말 한마디’라는 드라마가 유행이라고 한다. 내용은 잘 모르겠으나, 정말 우리 사회에 따뜻한 한마디의 말이 꼭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철환 < 대한변호사협회장 welawyer@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