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직원들이 짜고 110억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을 위조해 현금으로 빼돌렸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국민주택채권을 위조해 111억8600만원을 빼돌린 혐의(유가증권 위조 및 사기)로 전 국민은행 주택기금부 직원 박모씨(42) 등 2명을 구속하고 범죄를 도운 영업점 직원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국민주택채권은 국민주택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2000년 이후 지금까지 112조1254억원어치가 발행됐다. 무기명 채권으로 소유자의 신원을 확인할 필요가 없고 양도와 매매가 자유롭다.

본점 채권 담당자였던 박씨는 국민주택채권의 만기가 길어 고객이 보유 사실을 잊기 쉽고 만기일 이후 5년인 소멸시효가 다 되도록 현금으로 찾아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노리고 범행을 계획했다. 박씨는 2010년 2월부터 작년 10월까지 자신이 보관하던 국민주택채권 견본을 위조가 가능한 컴퓨터 견본 파일로 만든 뒤 이를 컬러 레이저프린터로 출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상환 만기 소멸시효가 임박한 채권의 일련번호를 알아내 앞면의 채권번호 공란에 이를 조합하고, 뒷면에는 해당 지점장 직인을 오려 붙이는 수법을 썼다.

각 지점 소속이던 나머지 공범들은 박씨가 만든 것이 위조 채권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채권 2451건에 대해 원금과 이자를 포함한 현금 111억8000만원을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공범들은 위조 채권을 현금으로 교환하는 역할을 하면서 수수료로 약 15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씨 등의 범행은 이들을 수상하게 여긴 영업점 동료가 본점에 제보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