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와 조금이라도 관련됐다 싶은 기업은 모조리 범죄인 취급을 받는 분위기다. 몇몇 금융사들의 무신경과 무대책은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기업이 내 정보를 강탈해간다”는 식으로 반응하는 것은 문제다. 공공부문의 정보관리는 더 심각할 수도 있다. 기업범죄로 기정사실화하려는 보도는 정말 문제다. 일이 터졌다 하면 온 나라가 죽 끓 듯한 이런 대응으로는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올 리도 없다.

정부가 엊그제 내놓은 정보유출 재발방지 대책만 해도 그렇다. 여론에 떠밀려 급조한 티가 역력하다. 정보의 수집·보유·활용을 무조건 제한하는 방향으로 몰고가거나 징벌적 과징금, 영업정지, 형사처벌 등 제재 수위를 크게 높인 것도 그렇다. 온통 규제와 처벌 일색인 이런 대책은 당장은 시원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빅데이터 등에 대한 IT산업 발전 방향과도 상치된다.

현오석 부총리가 엊그제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만 터지면 책임부터 따진다"고 말해 집중포화를 맞고 있지만 그런 면도 전혀 없지만은 않을 것이다. 진실에 입각한 해결책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 불법적 정보 유출과 매매가 문제라면 그 실상부터 철저히 파악해야 구조적 해법이 가능하다. 오로지 금지 일변도의 무차별적 대응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불과 2개월 전의 일이다. ‘금융권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금융회사와 신용정보사에 축적된 정보를 집중·융합해 새로운 정보를 발굴해 내도록 정보의 가공·활용을 촉구한 것은 금융위원회였다. 그런 정부가 하루아침에 말을 바꾸고 있다.

당장 관련 비즈니스가 직격탄을 맞았다. 포털 홈쇼핑 등은 모조리 유탄을 맞게 생겼고, 정부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목한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도 이런 상황이라면 얼어붙을 것이 뻔하다. 한국 IT가 10년 후퇴하는 건 시간문제다. 이게 과연 우리가 원하는 방향인가. 이러다간 개인정보 보호도, IT산업 육성도 다 놓친다. 냄비 반응의 과열이 장독마저 깰까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