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작년 영업이익이 내수 부진과 원화 강세 탓에 3년 만에 감소했다. 해외 판매 호조에 힘입어 매출은 늘었으나 수익성은 악화했다.

증시는 현대차 실적에 “당초 기대에는 조금 못 미쳤다”고 반응하며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 ‘원투펀치’격인 삼성전자와 현대차 실적이 산뜻하게 출발하지 못한 만큼, 본격적인 작년 4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내달 초까진 지지부진한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봤다.

현대차 실적에 시장은 다소 ‘실망’

한숨 돌린 현대차, 한숨 나오는 증시
현대차는 23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경영실적 콘퍼런스콜을 열고 작년 연결 기준으로 매출 87조3076억원에 영업이익 8조3155억원, 순이익 8조9935억원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에 비해 3.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5%, 0.7%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0.5%포인트 떨어진 9.5%를 기록했다. 매출은 늘었으나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은 원화 강세와 국내 공장의 가동률 저하, 1분기 발생한 일회성 리콜 충당금, 인건비 상승 등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 공장 판매가 16.5% 증가하면서 국내 공장 판매가 4.8% 감소한 것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매출은 21조93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2조304억원으로 10.8% 증가했다.

현대차는 올해도 해외 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판매 목표를 국내 시장 68만2000대와 해외 시장 421만8000대를 더한 총 490만대로 제시했다. 작년 판매량과 비교해 국내는 41만대(6.4% 증가), 해외는 127만대(3.1%)를 더 팔기로 했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지난해 해외 판매가 호조를 보였지만 신차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의 점유율은 소폭 떨어졌다”며 “올해는 신형 제네시스와 쏘나타 등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대체로 비슷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이 기대에 못 미친 감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잘 버틴 편”이라고 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1.90% 하락한 23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中 경기둔화 우려에 ‘살얼음판’

이날 코스피지수는 1.16%(22.83포인트) 내린 1947.59에 장을 마쳤다. 현대차가 지수 상승을 이끌 만큼의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데다 중국 1월 HSBC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6으로 예상을 밑돌아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지난 사흘간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외국인(1612억원)과 기관(388억원) 모두 순매도하면서 불안한 투자심리를 드러냈다. 삼성전자(-2.18%), SK하이닉스(-2.48%) 신한지주(-2.25%), KB금융(-2.33%) 등 시가총액 상위주 상당수가 2% 이상 하락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와 현대차에서만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기대보다 3조원 넘게 줄었다”며 “운송·건설·조선·통신 등 경영진 교체가 발생한 기업에서 부실자산을 한 회계연도에 대규모로 반영하는 ‘빅베스(big bath)’ 가능성도 큰 만큼 내달 초까진 살얼음판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욱진/김동욱/이고운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