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난 아픈 곳 없다"…부모님 '착한 거짓말'에 속지 말자
설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찾아뵙는 부모님. 부쩍 굵어진 주름살을 보는 순간 가슴이 찡하다. 추운 날씨 탓인지 안색도 수척하고 자식을 대하는 반응도 느릿느릿해진 것 같다. 건강은 괜찮은지 여쭤보면 “나는 괜찮으니 걱정마라”고 오히려 자식들을 위로하신다.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 교수는 “명절 때 나이 드신 부모님이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이 ‘아픈 곳이 없다’는 것인데 부모님 눈을 마주 보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최고의 효도 선물”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런 체중 감소 암(癌) 증상일 수도

"얘야, 난 아픈 곳 없다"…부모님 '착한 거짓말'에 속지 말자
명절 준비로 피곤하다며 누워 지내려는 강명숙 씨(72·여)는 자식들이 우겨 얼마 전 병원을 찾았다. 간단한 진찰과 몇 가지 검사를 한 의사는 뜻밖에도 ‘폐렴’ 진단을 내렸다. 열도, 기침도 심하지 않아 ‘간단한 감기몸살이려니…’ 여겼던 가족들의 놀라움은 컸다. 의사는 “노인은 면역반응이 활발하지 못해 병에 걸려도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노인들은 폐렴 같은 감염병에 걸려도 열이 안 나고, 가슴 통증이 특징인 협심증을 앓아도 그저 ‘기운 없다’는 식으로 전신쇠약 증상만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암이다. 암은 초기 단계에서는 통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최근 한두 달 사이에 갑자기 살이 빠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갑작스런 체중 감소는 암의 대표적 증상이다. 암 때문에 빈혈이 생기기도 한다. 빈혈은 결막을 보면 알 수 있다. 예컨대 간이 안 좋을 때 황달이 생긴다고 하는 것과 같다.

"얘야, 난 아픈 곳 없다"…부모님 '착한 거짓말'에 속지 말자
시야 뿌옇고 물체 두 개로 보이면…

보고 듣는 기능은 노년기 ‘삶의 질’과 직결된다. 우선 노안은 노화와 더불어 진행하는 병이다. 따라서 안경 도수는 2년에 한 번씩 시력 검진을 통해 적절한 렌즈로 교체해야 한다. 렌즈를 제때, 제대로 교체하는데도 눈이 침침해지고 글씨가 겹친 듯 두 개로 보이면 백내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백내장은 60대 50%, 70대엔 70%가 환자일 정도로 흔하다.

치료는 백내장 때문에 일상생할이 불편할 정도면 뿌연 수정체를 제거해야 하고 인공수정체 삽입 수술을 받아야 한다. 노인성 난청도 유병률이 65~75세 때엔 25~40%, 75세 이상에선 38~70%일 정도로 흔한데, 고음을 잘 듣지 못하는 게 특징이다. 난청을 방치하면 말과 소리 구별이 어려워져 시끄러운 곳에선 대화가 불가능하다. 이전에 비해 부모님 목소리가 커졌다 싶을 때는 연휴가 끝난 뒤 난청 검사를 받도록 하자.

주위 사물에 의지하면 관절염 의심

부모님이 무릎 주위를 자주 만지거나 일어날 때 주위 사물에 자주 의지하는 경우, 걷는 속도가 평소에 비해 눈에 띄게 느려졌을 때, 걸음걸이가 이상해지면서 다리 모양이 O자로 휘고 걷다가 자주 주저앉아 쉴 곳을 찾는다면 관절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다고 방치하면 나중에 인공관절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정훈재 부민병원 부장은 “우리는 무릎을 꿇거나 쪼그려 앉는 습관이 보편화돼 있는데, 이런 경우 체중의 7~8배 이상의 압력이 무릎에 가해지게 된다”며 “특히 어르신들은 관절염으로 거동이 불편해지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순환기 질환에도 쉽게 노출되는 만큼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 교수, 이동원 김안과병원 교수, 정훈재 부민병원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