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서울 청파동 국유지 무상으로 계속 사용"…1938년 황실과 계약, 인정받은 숙명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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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가 국유지인 서울 청파동 학교 부지를 무상으로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김병수)는 24일 숙명여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숙명학원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상대로 낸 변상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캠코는 숙명여대와 숙명학원이 국유지 2만㎡를 무단 점유하고 있다며 2007~2012년분 변상금 73억8000여만원을 부과하고 앞으로 매년 14억원의 대부금을 지급하라고 2012년 4월 안내했다. 이에 숙명학원은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38년 대한제국 왕족과 관련한 사무를 담당했던 이왕직 장관이 학교 부지로 쓰는 것을 조건으로 무기한 토지 무상 사용을 승낙했다며 소송을 냈다.
숙명학원 전신인 명신여학교는 고종황제의 부인이자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의 친모인 순헌황귀비가 1906년 설립했다. 순헌황귀비는 당시 일제가 황실의 재산을 국유화하려 하자 황후의 소유였던 용동궁(현 종로구 수송동) 부지와 개인 재산을 털어 학교를 만들었다.
해방 후 대한민국 정부는 구황실재산법을 제정해 대한제국 황실 재산을 국유화했다. 하지만 숙명여대 부지는 국무회의 결의와 문화재관리국 승인을 거쳐 계속 무상 사용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숙명학원이 이왕직 장관과 체결한 무상의 사용대차(임대차와 달리 대가 없이 빌리는 것) 계약을 대한민국 정부가 승계했다”며 학교 측 손을 들어줬다. 이어 “숙명학원이 토지를 계속 사용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이를 무단 점유·사용한 것으로 전제한 캠코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캠코는 “용산구청이 변상금을 부과했을 때 국가가 무상 사용 승낙을 철회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숙명여대는 이날 판결에 대해 “이번 판결로 여성고등교육기관의 의무와 책임을 계속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며 “법원의 결정으로 청파동 캠퍼스의 역사적 정통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에 캠코는 “숙명여대가 사용하는 땅이 국가 소유라는 판단이 있었던 점을 고려해 항소 등 대응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김병수)는 24일 숙명여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숙명학원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상대로 낸 변상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캠코는 숙명여대와 숙명학원이 국유지 2만㎡를 무단 점유하고 있다며 2007~2012년분 변상금 73억8000여만원을 부과하고 앞으로 매년 14억원의 대부금을 지급하라고 2012년 4월 안내했다. 이에 숙명학원은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38년 대한제국 왕족과 관련한 사무를 담당했던 이왕직 장관이 학교 부지로 쓰는 것을 조건으로 무기한 토지 무상 사용을 승낙했다며 소송을 냈다.
숙명학원 전신인 명신여학교는 고종황제의 부인이자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의 친모인 순헌황귀비가 1906년 설립했다. 순헌황귀비는 당시 일제가 황실의 재산을 국유화하려 하자 황후의 소유였던 용동궁(현 종로구 수송동) 부지와 개인 재산을 털어 학교를 만들었다.
해방 후 대한민국 정부는 구황실재산법을 제정해 대한제국 황실 재산을 국유화했다. 하지만 숙명여대 부지는 국무회의 결의와 문화재관리국 승인을 거쳐 계속 무상 사용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숙명학원이 이왕직 장관과 체결한 무상의 사용대차(임대차와 달리 대가 없이 빌리는 것) 계약을 대한민국 정부가 승계했다”며 학교 측 손을 들어줬다. 이어 “숙명학원이 토지를 계속 사용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이를 무단 점유·사용한 것으로 전제한 캠코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캠코는 “용산구청이 변상금을 부과했을 때 국가가 무상 사용 승낙을 철회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숙명여대는 이날 판결에 대해 “이번 판결로 여성고등교육기관의 의무와 책임을 계속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며 “법원의 결정으로 청파동 캠퍼스의 역사적 정통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에 캠코는 “숙명여대가 사용하는 땅이 국가 소유라는 판단이 있었던 점을 고려해 항소 등 대응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