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상권이었는데…" 中 관광객 모이며 매출 살아나
대사관 떠난 효자동은 시원섭섭…"집회로 불편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이 서울 효자동에서 명동 신축 건물로 12년 만에 돌아왔다. 상가 뒤편에 보이는 두 건물이 24층 숙소동과 10층 업무용 건물로 지어진 대사관이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https://img.hankyung.com/photo/201401/AA.8297119.1.jpg)
서울 중구 명동2가에서 3년 동안 한우집 ‘명동회관’을 운영하고 있는 서채원 사장(60)은 24일 “요즘 장사 재미가 쏠쏠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개업 때만 해도 서 사장의 지인들은 “외진 곳이라 음식점을 하면 금방 망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매출이 거의 없었던 날도 많았다. 하지만 12년 만에 중국대사관이 돌아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회식을 위해 찾는 중국대사관 직원이 늘었고, 대사관을 둘러보러 오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도 빈번해졌다.
중국대사관의 ‘명동 귀환’으로 주변 상권이 들썩이고 있다. 거리가 새롭게 단장되면서 관광객이 늘어 상점들의 매출도 증가세다.
◆중국대사관 ‘이웃과 상생’, 상점 ‘환영’
중국대사관은 23일 열린 개관식에서 명동 상인들과의 상생을 강조했다. 이례적으로 주변 상인 100여명을 행사에 초대했다.
지난달 중순 명동으로 옮겨온 중국대사관은 주변 상점들과의 상생 행보를 보여왔다. 주변 식당들과 제휴를 맺고 대사관 식권 활용처로 지정해 직원들의 식사를 권장했다. 중국대사관 근처 감자탕집 지배인 조경배 씨(45)는 “대사관이 옮겨온 이후 대사관 직원들이 자주 찾고 있고, 최근에는 식권도 받고 있다”며 “매출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중국대사관 이전으로 주변 거리도 바뀌고 있다. 화교들이 운영하는 중국음식점들이 몰려 있는 중국 대사관 앞 중정도서관 건물은 지난해 10월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 카페나 음식점들도 중국대사관 특수를 노리고 입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들어선 명동2가의 한 카페 대표는 “중국대사관이 들어오면 이 거리가 중국문화특구가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입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효자동은 ‘시원섭섭’
중국대사관이 12년 동안 자리잡고 있던 서울 효자동의 효자빌딩 주변은 썰렁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중국대사관은 2002년 재건축을 위해 명동2가에서 효자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사관 주변은 주택가라 상점들이 많지 않지만 주변 식당들은 대사관 직원들의 회식 장소로 이용되며 매출을 유지했다. 효자동 떡갈비집의 직원 김모씨(46)는 “중국대사관 직원들이 1주일에 한두 번 정도 10~20명씩 회식을 하러 찾아왔는데 이전해 아쉽다”고 말했다.
중국대사관 이전을 반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동안 대사관 주변에서 영업하면서 각종 집회로 불편한 점도 많았기 때문이다. 새싹비빔밥집을 운영하는 심장미 사장(54)은 “장사한 지 6~7년 정도 됐는데 항상 경찰버스가 서 있고 길 건너편에서는 탈북자 단체들이 자주 집회를 열어 불편했다”며 “안 그래도 청와대 주변이라 경계가 삼엄했는데 크게 매출에 도움은 안 되고 위화감만 조성했던 것 같다”고 했다.
효자동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도 “대사관이 옮겨가니까 속이 시원하다는 상인들이 적지 않다”며 “대사관이 떠났다고 해서 상권에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명동지역 상인들도 집회를 걱정했다. 이동희 명동관광특구협의회 사무국장은 “대사관 주변에서 집회가 이어지면 중국인 관광객 등이 발길을 돌릴 수 있기 때문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대사관 측이 명동 지역사회에 공헌하겠다고 밝힌 만큼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호/홍선표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