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쓰는 경제학원론] 한걸음 더! 美·獨 성장률 엇갈린 이유는 이익집단 탓
“이익집단으로 가득한 사회는 물건을 먼저 차지하려는 사람들로 가득 찬 유리그릇 상점과도 같다. 가져가는 그릇보다 깨지는 것이 더 많은 게 당연하다.”

집단행동이론의 선구자로 유명한 미국 경제학자 맨슈어 올슨의 말이다. 올슨은 이익집단이 정부를 압박, 각종 특권을 얻어낸다고 생각했다. 면허제, 인허가제 같은 규제들이 대표적이다.

재미있는 것은 집단행동이론을 기반으로 한 올슨의 독특한 역사해석이다. 올슨은 세계대전 패전국인 독일과 일본이 전후 연평균 8%의 고성장을 이어간 반면 영국과 미국은 2~3%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에 주목했다. 그리고 원인이 이익집단에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과 일본은 패전과 함께 이익집단도 붕괴했지만 승전국들은 안정된 사회를 배경으로 이익집단이 득세하면서 경제적으론 오히려 고전했다는 얘기다.

올슨은 같은 논리로 옛 소련의 흥망성쇠도 설명한다. 올슨에 따르면 스탈린의 계획경제가 처음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철권통치로 노멘클라투라(공산귀족)의 득세를 막은 덕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국유산업에서 번성한 귀족층이 관료와 담합하기 시작했고, 곧 소련의 붕괴로 이어졌다.

다만 그의 말만 듣고 모든 이익집단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이익단체는 경제적·사회적으로 나타나는 특수한 이익을 골고루 대표하는 역할을 한다. 또 정부를 견제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익단체를 극도로 싫어했던 올슨도 “경제적 번영을 위해선 독재보다 민주주의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는 사실은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