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3대 갈비집 아들, 떡볶이집 차린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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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범 다이닝 떡볶이 대표, "MSG 없는 불고기 떡볶이로 세계진출 꿈"
아낌없는 재료, 어머니의 노하우가 비밀…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차별화
아낌없는 재료, 어머니의 노하우가 비밀…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차별화
[김하나 기자]경기 수원시 이의동 경기대학교 앞. 밤바람이 차가웠던 지난 23일 저녁. 광교택지지구 개발 공사로 어수선한 택지지구 중간에 시간이 멈춘 듯한 식당을 찾아갔다.
간판부터 고급스러운 곳, 바로 '다이닝 떡볶이'였다. 겉모습만 보면 영락없는 고급 이탈리아 레스토랑이었다. 내부 인테리어도 벽돌과 빈티지한 마감재, 와인병과 향신료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 식당의 주메뉴는 떡볶이었다.
모순된 분위기에 헷갈릴 무렵, 주방에서 말끔한 쉐프 차림을 한 청년이 다가왔다. 김승범 다이닝떡볶이 대표(33)였다. "찾아 오느라 어렵진 않으셨어요?"라고 묻음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다녀갔습니다'라는 뜻이 묻어 있는 듯 했다.
그도 그럴것이 개발중인 택지지구에 덩그러니 있는 가게는 허름한 '함바 식당'도 아닌데다 외관다운 '레스토랑'도 아니었다. 동네에 100m 마다 있다는 '떡볶이 집'을 찾는다고 내비게이션까지 치고 왔으니…. 이 문화적 충격을 어떤 표정으로 답해야 할지가 망설여졌다. 소개시켜준 선배를 생각하며 주문요령을 묻는데 그가 내민 건 다름아닌 아이패드였다.
"저희 음식 이미지를 골고루 담았어요. 앞으로 추가되고 개발될 메뉴도 있다보니 확장성이 좋은 메뉴판으로 만들었습니다. 대표 메뉴인 떡볶이 드시죠. 즉석떡볶이 같이 끓여서 먹는 형태예요."
아이패드를 넘기며 메뉴판을 자세히 보다보니 가격이 눈에 들어왔다. 불고기 떡볶이 2인분이 2만4800원, 3인분은 2만9800원이었다. 해물떡볶이는 이보다 1000원씩 더 비쌌다. 놀란 눈으로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 "대표님. 불고기 떡볶이에 무슨 소갈비라도 되나요? 뭐가 이렇게 비싸요? 그리고 해물세트는 그림처럼 낙지 한마리 통째로라도 나오는 겁니까? 이거 정말 너무 심한 가격 아닌가요?" 이렇게 따져 묻고 있는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어르신이 다가왔다.
"맞아요. 인공조미료 하나도 안 넣고 갈비처럼 재워서 양념한 떡볶이고 낙지 한마리 통으로 넣은 떡볶이입니다. 매일 아침마다 농수산물 시장에서 손수 사온다니까." 김 대표의 어머니인 문점심 여사(70)였다. 문 여사는 예전 수원의 3대 갈비집(본수원갈비·가보정·진로집)이라고 불렸던 '진로집'의 사장이자 주방장이었다. 수원역 부근에서 호황을 누리던 진로집은 그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2003년 문을 닫았다. 이제는 갈비 노하우를 고스란히 아들과 함께 떡볶이에 담고 있었다.
수원하면 '갈비'인데 왜 하필 떡볶이일까? 그냥 어머니가 하던 일 물려받아서 하면 도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 무렵 김 대표는 떡볶이와 와인을 들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경기대 외식조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주방 보조로 일한 경력이 있었다. 한국음식 중 세계에서 경쟁력이 있을만한 메뉴를 생각하다보니 어릴 적 부터 좋아한 떡볶이가 떠오른 것. 여기에 어머니의 노하우와 성실성을 이어받아 이 같은 메뉴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지금은 재료값이 음식값의 80%를 차지해요. 다들 말도 안된다고 하시죠. 하지만 인공조미료를 하나도 안 넣고 정말 맛있는 우리음식 만들어야 손님들이 알아주시더라구요. 세계인들이 우리 음식을 즐겁게 먹고 건강해졌으면 하는 꿈이 있거든요. 아직은 시작이지만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메뉴로 느낌은 좋지 않나요?"
김 대표는 인공조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증거로 손님들을 꼽았다. 아이가 MSG(L-글루타민산나트륨) 알레르기가 있다보니 밥 한끼조차 외식을 못한다는 가족을 소개했다. 블로그를 보고 식당을 찾은 이 가족은 처음 왔을 때에는 조심스럽게 불고기 떡볶이만 먹고 갔지만 이제는 단골손님이 됐다는 것.
김 대표는 "MSG 알레르기 동호회에도 저희 식당이 알려져서 단체로 손님들이 온적도 있다"며 당당하게 밝혔다. 강남에서 일부러 찾은 손님들고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 스키장을 가던 길에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과 먹을 떡볶이를 잔뜩 포장해갔던 손님들이었다.
조미료가 없는 떡볶이는 부드러운 전골 맛과 비슷했다. 불고기 떡볶이는 서울식 불고기와 비슷한 모양새였다. 불고기의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에 당면과 쫀득한 떡이 어우러지는 하모니가 혀를 사로잡았다. 얼큰한 해물떡볶이는 소주 한잔을 떠올리게 했다. 아이없이 오는 손님들이 찾는 단골 메뉴다웠다. 볶음밥은 또다른 하이라이트였다. 시골에서 직접 키운 들깨를 짜냈다는 들기름 덕분이었다. 냄새부터 맛, 색깔까지 오감을 자극했다.
그래도 창업초기이다보니 어려움은 없을까? "저의 뜻에 공감해주는 친구들과 일하다보니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괜찮습니다. 올해에는 인천 송도에도 분점을 내려고 준비중이구요.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저의 취지에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면 일년에 1~2개씩 가게를 내고 싶습니다. 문제라고 하면 어머니와의 사이인대요. 원래는 다정하신 분이었는데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남처럼 돌변하십니다. 저도 우리 어머니가 이렇게 무섭운 분인지 몰랐어요."
문 밖까지 나와서 끝인사를 전하는 김 대표 뒤로 문 여사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유난히도 닮은 모자(母子)는 2인 3각으로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었다.
수원=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간판부터 고급스러운 곳, 바로 '다이닝 떡볶이'였다. 겉모습만 보면 영락없는 고급 이탈리아 레스토랑이었다. 내부 인테리어도 벽돌과 빈티지한 마감재, 와인병과 향신료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 식당의 주메뉴는 떡볶이었다.
모순된 분위기에 헷갈릴 무렵, 주방에서 말끔한 쉐프 차림을 한 청년이 다가왔다. 김승범 다이닝떡볶이 대표(33)였다. "찾아 오느라 어렵진 않으셨어요?"라고 묻음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다녀갔습니다'라는 뜻이 묻어 있는 듯 했다.
그도 그럴것이 개발중인 택지지구에 덩그러니 있는 가게는 허름한 '함바 식당'도 아닌데다 외관다운 '레스토랑'도 아니었다. 동네에 100m 마다 있다는 '떡볶이 집'을 찾는다고 내비게이션까지 치고 왔으니…. 이 문화적 충격을 어떤 표정으로 답해야 할지가 망설여졌다. 소개시켜준 선배를 생각하며 주문요령을 묻는데 그가 내민 건 다름아닌 아이패드였다.
"저희 음식 이미지를 골고루 담았어요. 앞으로 추가되고 개발될 메뉴도 있다보니 확장성이 좋은 메뉴판으로 만들었습니다. 대표 메뉴인 떡볶이 드시죠. 즉석떡볶이 같이 끓여서 먹는 형태예요."
아이패드를 넘기며 메뉴판을 자세히 보다보니 가격이 눈에 들어왔다. 불고기 떡볶이 2인분이 2만4800원, 3인분은 2만9800원이었다. 해물떡볶이는 이보다 1000원씩 더 비쌌다. 놀란 눈으로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 "대표님. 불고기 떡볶이에 무슨 소갈비라도 되나요? 뭐가 이렇게 비싸요? 그리고 해물세트는 그림처럼 낙지 한마리 통째로라도 나오는 겁니까? 이거 정말 너무 심한 가격 아닌가요?" 이렇게 따져 묻고 있는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어르신이 다가왔다.
"맞아요. 인공조미료 하나도 안 넣고 갈비처럼 재워서 양념한 떡볶이고 낙지 한마리 통으로 넣은 떡볶이입니다. 매일 아침마다 농수산물 시장에서 손수 사온다니까." 김 대표의 어머니인 문점심 여사(70)였다. 문 여사는 예전 수원의 3대 갈비집(본수원갈비·가보정·진로집)이라고 불렸던 '진로집'의 사장이자 주방장이었다. 수원역 부근에서 호황을 누리던 진로집은 그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2003년 문을 닫았다. 이제는 갈비 노하우를 고스란히 아들과 함께 떡볶이에 담고 있었다.
수원하면 '갈비'인데 왜 하필 떡볶이일까? 그냥 어머니가 하던 일 물려받아서 하면 도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 무렵 김 대표는 떡볶이와 와인을 들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경기대 외식조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주방 보조로 일한 경력이 있었다. 한국음식 중 세계에서 경쟁력이 있을만한 메뉴를 생각하다보니 어릴 적 부터 좋아한 떡볶이가 떠오른 것. 여기에 어머니의 노하우와 성실성을 이어받아 이 같은 메뉴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지금은 재료값이 음식값의 80%를 차지해요. 다들 말도 안된다고 하시죠. 하지만 인공조미료를 하나도 안 넣고 정말 맛있는 우리음식 만들어야 손님들이 알아주시더라구요. 세계인들이 우리 음식을 즐겁게 먹고 건강해졌으면 하는 꿈이 있거든요. 아직은 시작이지만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메뉴로 느낌은 좋지 않나요?"
김 대표는 인공조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증거로 손님들을 꼽았다. 아이가 MSG(L-글루타민산나트륨) 알레르기가 있다보니 밥 한끼조차 외식을 못한다는 가족을 소개했다. 블로그를 보고 식당을 찾은 이 가족은 처음 왔을 때에는 조심스럽게 불고기 떡볶이만 먹고 갔지만 이제는 단골손님이 됐다는 것.
김 대표는 "MSG 알레르기 동호회에도 저희 식당이 알려져서 단체로 손님들이 온적도 있다"며 당당하게 밝혔다. 강남에서 일부러 찾은 손님들고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 스키장을 가던 길에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과 먹을 떡볶이를 잔뜩 포장해갔던 손님들이었다.
조미료가 없는 떡볶이는 부드러운 전골 맛과 비슷했다. 불고기 떡볶이는 서울식 불고기와 비슷한 모양새였다. 불고기의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에 당면과 쫀득한 떡이 어우러지는 하모니가 혀를 사로잡았다. 얼큰한 해물떡볶이는 소주 한잔을 떠올리게 했다. 아이없이 오는 손님들이 찾는 단골 메뉴다웠다. 볶음밥은 또다른 하이라이트였다. 시골에서 직접 키운 들깨를 짜냈다는 들기름 덕분이었다. 냄새부터 맛, 색깔까지 오감을 자극했다.
그래도 창업초기이다보니 어려움은 없을까? "저의 뜻에 공감해주는 친구들과 일하다보니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괜찮습니다. 올해에는 인천 송도에도 분점을 내려고 준비중이구요.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저의 취지에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면 일년에 1~2개씩 가게를 내고 싶습니다. 문제라고 하면 어머니와의 사이인대요. 원래는 다정하신 분이었는데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남처럼 돌변하십니다. 저도 우리 어머니가 이렇게 무섭운 분인지 몰랐어요."
문 밖까지 나와서 끝인사를 전하는 김 대표 뒤로 문 여사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유난히도 닮은 모자(母子)는 2인 3각으로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었다.
수원=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