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간 130만명 추적조사 "흡연과 암 연관"
정부, 소송에 부정적…美선 2060억弗 배상도
건보공단은 재판의 가장 중요한 쟁점에 대한 논리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핵심쟁점은 폐암과 후두암 등이 흡연으로 인한 것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연세대와 공동으로 130만명을 19년간 추적조사해 흡연과 각종 암과의 연관관계를 밝혀냈다.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암에 걸릴 확률이 2.9~6.5배 높고, 후두암과 폐암의 70%가 흡연에서 왔다는 것이 이 연구 결과였다. 1년간 건보공단이 흡연과 관련된 치료에 쏟아부은 보험금이 1조7000억원에 이른다는 결과도 함께 내놨다.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은 “가장 중요한 근거가 마련된 만큼 소송을 늦출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법원이 이 근거를 인정할지가 변수였는데 2011년 고등법원은 소세포 폐암과 편평세포 후두암이 흡연과 관련된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흡연과 암의 관련성을 인정한 첫 번째 사례였다. 건보는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에 서둘러 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개인이 낸 이 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이 내려질 경우 소송의 명분이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중요한 쟁점은 담배회사가 흡연의 위험을 소비자에게 충분히 알렸는지 여부다. 충분히 알렸다면 담배회사는 책임을 면할 가능성이 높지만 위험을 고의로 축소했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건보공단은 미국에서처럼 소송과정에서 담배회사의 자료가 공개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소송가액과 관련해 건보공단은 “법원이 흡연과의 연관성을 인정한 암 진료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먼저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이 인정한 소세포암(폐암의 일종), 편평세포암(후두암의 일종) 10년치 진료비는 3326억원이다. 하지만 이 중 담배와 관련한 부분만 소송할 경우 소송가액은 수백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송 시기는 건보공단은 3월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정부가 부정적이어서 건보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3건의 소송이 있었지만 모두 원고가 패소했다. 한 건은 원고가 재판을 포기했고, 두 건이 현재 고등법원과 대법원에 각각 계류돼 있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원고 측이 승소하거나 담배회사로부터 합의금을 받아내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1998년 11월 미국에서는 46개 주정부가 필립모리스 등 4개 담배회사로부터 25년간 2060억달러의 배상금을 받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일본 프랑스 독일에서는 담배회사가 대부분 승소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