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경영·부채 줄이랬더니…강원랜드·마사회, 사회공헌비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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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반발로 '복지' 손못대
"공공기관 혁신 샛길로 빠져"
샛길로 새는 공공기관 정상화
"공공기관 혁신 샛길로 빠져"
샛길로 새는 공공기관 정상화
방만경영 근절 대상으로 지목된 강원랜드와 마사회가 직원들의 복리후생비 축소에 대한 노사 합의는 이루지 못하면서 사회공헌 예산부터 대폭 삭감하고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반면 부산항만공사는 노사 합의로 연 700만원이 넘던 1인당 복리후생비를 절반 가까이 줄이기로 합의하면서 38개 방만경영·과다부채 기관 중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26일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등에 따르면 1인당 복리후생비가 연 995만원인 강원랜드는 올해 사회공헌 예산을 전년보다 100억원(30.3%)이나 줄인 230억원만 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랜드의 사회공헌 예산은 △2011년 275억원 △2012년 400억원 △지난해 330억원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최근 임단협 과정에서 “비용 축소를 위해 직원들의 희생만 강요한다”는 노조 측 주장에 밀려 삭감이 쉬운 사회공헌 예산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전년에 배정된 폐광지역 장학사업(20억원), 가스관 공사(50억원) 등 사회공헌 예산 일부가 삭감되고 강원랜드 복지재단의 노인 의료비 지원, 지역 여학생들의 자궁경부암 검진 지원 등 사업 예산도 줄어들게 됐다.
이영 한양대 교수는 “공공기관에서 벌어지는 ‘복지 잔치’를 줄이겠다는 당초 정부 의도와 달리 애꿎은 사람들만 피해를 보는 ‘공공기관 개혁의 역설’이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원랜드는 이번 임단협에서 복지 혜택 축소를 요구하는 사측에 노조측이 반발, 집행부가 총사퇴하는 등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회사 측은 △자녀 대학학자금 지원 대부제 전환 △사망 위로금, 결혼·출산 축하금, 보육비 폐지 △주거안정자금 대출이자 강화 △상여금 30만원 추가 지급 폐지 등의 정상화 방안을 마련했지만 정부는 이를 반려했다.
"직원 이익만 챙길 수 없다"…부산항만公은 노사 합의
과도한 복리후생 지출을 줄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지 않고 내용도 부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설상가상으로 이 방안은 노사 합의로 이뤄진 것도 아니었다. 노조가 사측이 제시한 방안에 반대하면서 노사 단체협상은 복지 축소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끝나버렸다. 회사 관계자는 “다음달에 노사 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추가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지만 과연 노조가 선선히 양보할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이런 상태에서 사측이 삭감하기 쉬운 사회공헌 예산부터 줄이자 지역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강원 정선군의 한 주민은 “노사가 임금 1.18% 인상과 성과급 350% 지급에는 합의하면서 폐광지역 발전과 도박 중독 및 치료 등에 사용될 예산을 줄이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국마사회도 경영 효율화를 명목으로 사회공헌 예산 삭감에 나섰다. 1인당 복리후생비가 1311만원에 달하는 마사회는 올해 사회공헌 예산을 170억원으로 지난해(200억원)보다 30억원(15%) 줄이기로 했다. 방만경영 정상화와 관련해선 △회장 성과급 한도 축소 △상임이사의 연봉을 기관장의 80% 수준으로 하향 △2급 이상 직원 102명의 임금 인상분 1.7%를 반납한다는 내용의 개선안을 정부 측에 제시했지만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이를 돌려보냈다. 마사회도 강원랜드와 마찬가지로 직원 복리후생 축소에 대해 노사 간에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사회공헌 비용 축소는 방만경영과 전혀 관련이 없는 항목”이라며 “노조의 반대로 공공기관 개혁이 이런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부산항만공사는 중점관리 기관 중 드물게 노사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면서 정부가 제시한 경영 정상화 가이드라인을 맞췄다. 이 회사의 경영 정상화 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706만9000원이던 1인당 복지비가 올해부터 370만6000원으로 47.7%(336만3000원) 줄어든다. 세부 항목을 보면 노사는 1년에 최대 720만원까지 받을 수 있던 학자금과 보육비 기준을 공무원 수준에 맞춰 연 180만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또 임직원이 육아휴직을 할 경우 별도로 주던 수당(월 50만원)도 없앤다. 이 외에 △노조의 경영권 침해 행위 금지 △주택 구입 및 생활자금 대출 이자율의 시중금리 적용 △직계존비속 한 명에 대한 건강검진 지원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같은 합의의 배경에는 ‘회사 경영 환경이 불확실한데 직원들의 이익만 챙길 수는 없다’는 내부 위기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오세원 부산항만공사 기획조정부장은 “세계 경제 침체로 회사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우선 회사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마음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세종=김우섭/고은이 기자 duter@hankyung.com
26일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등에 따르면 1인당 복리후생비가 연 995만원인 강원랜드는 올해 사회공헌 예산을 전년보다 100억원(30.3%)이나 줄인 230억원만 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랜드의 사회공헌 예산은 △2011년 275억원 △2012년 400억원 △지난해 330억원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최근 임단협 과정에서 “비용 축소를 위해 직원들의 희생만 강요한다”는 노조 측 주장에 밀려 삭감이 쉬운 사회공헌 예산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전년에 배정된 폐광지역 장학사업(20억원), 가스관 공사(50억원) 등 사회공헌 예산 일부가 삭감되고 강원랜드 복지재단의 노인 의료비 지원, 지역 여학생들의 자궁경부암 검진 지원 등 사업 예산도 줄어들게 됐다.
이영 한양대 교수는 “공공기관에서 벌어지는 ‘복지 잔치’를 줄이겠다는 당초 정부 의도와 달리 애꿎은 사람들만 피해를 보는 ‘공공기관 개혁의 역설’이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원랜드는 이번 임단협에서 복지 혜택 축소를 요구하는 사측에 노조측이 반발, 집행부가 총사퇴하는 등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회사 측은 △자녀 대학학자금 지원 대부제 전환 △사망 위로금, 결혼·출산 축하금, 보육비 폐지 △주거안정자금 대출이자 강화 △상여금 30만원 추가 지급 폐지 등의 정상화 방안을 마련했지만 정부는 이를 반려했다.
"직원 이익만 챙길 수 없다"…부산항만公은 노사 합의
과도한 복리후생 지출을 줄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지 않고 내용도 부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설상가상으로 이 방안은 노사 합의로 이뤄진 것도 아니었다. 노조가 사측이 제시한 방안에 반대하면서 노사 단체협상은 복지 축소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끝나버렸다. 회사 관계자는 “다음달에 노사 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추가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지만 과연 노조가 선선히 양보할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이런 상태에서 사측이 삭감하기 쉬운 사회공헌 예산부터 줄이자 지역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강원 정선군의 한 주민은 “노사가 임금 1.18% 인상과 성과급 350% 지급에는 합의하면서 폐광지역 발전과 도박 중독 및 치료 등에 사용될 예산을 줄이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국마사회도 경영 효율화를 명목으로 사회공헌 예산 삭감에 나섰다. 1인당 복리후생비가 1311만원에 달하는 마사회는 올해 사회공헌 예산을 170억원으로 지난해(200억원)보다 30억원(15%) 줄이기로 했다. 방만경영 정상화와 관련해선 △회장 성과급 한도 축소 △상임이사의 연봉을 기관장의 80% 수준으로 하향 △2급 이상 직원 102명의 임금 인상분 1.7%를 반납한다는 내용의 개선안을 정부 측에 제시했지만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이를 돌려보냈다. 마사회도 강원랜드와 마찬가지로 직원 복리후생 축소에 대해 노사 간에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사회공헌 비용 축소는 방만경영과 전혀 관련이 없는 항목”이라며 “노조의 반대로 공공기관 개혁이 이런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부산항만공사는 중점관리 기관 중 드물게 노사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면서 정부가 제시한 경영 정상화 가이드라인을 맞췄다. 이 회사의 경영 정상화 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706만9000원이던 1인당 복지비가 올해부터 370만6000원으로 47.7%(336만3000원) 줄어든다. 세부 항목을 보면 노사는 1년에 최대 720만원까지 받을 수 있던 학자금과 보육비 기준을 공무원 수준에 맞춰 연 180만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또 임직원이 육아휴직을 할 경우 별도로 주던 수당(월 50만원)도 없앤다. 이 외에 △노조의 경영권 침해 행위 금지 △주택 구입 및 생활자금 대출 이자율의 시중금리 적용 △직계존비속 한 명에 대한 건강검진 지원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같은 합의의 배경에는 ‘회사 경영 환경이 불확실한데 직원들의 이익만 챙길 수는 없다’는 내부 위기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오세원 부산항만공사 기획조정부장은 “세계 경제 침체로 회사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우선 회사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마음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세종=김우섭/고은이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