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제조업의 가치사슬에서 가장 실속을 못 챙긴 것은 한국이었다. 역내 분업에 대한 의존도는 가장 높은데 여기서 가져간 부가가치는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핵심기술과 중국의 값싼 부품에 의존해 경쟁력 쌓기에 소홀히 했던 결과다. 중국의 기술력이 급부상하면서 한국의 몫은 더 줄어들고 있다.

26일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산업연관표를 바탕으로 한·중·일 제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의 흐름을 분석했다. 한국의 제조업은 2011년 일본에서 6.8%, 중국에서 11.5%의 부가가치를 조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숫자를 합친 ‘역내 의존도’는 18.3%로 2000년 12.9%보다 높아졌다. 한국이 제품을 만들어 1000원의 부가가치를 올릴 때 중국과 일본이 기여한 몫이 183원이었다는 의미다. 나머지 두 국가의 부품이나 기술에 그만큼 의존하게 된 것이다. 섬유직물은 부가가치 25.7%, 전기광학기기는 23.4%를 중·일에서 조달하는 등 대부분 산업에서 역내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같은 기간 일본의 역내 의존도도 2.8%에서 8.8%로 올랐지만 한국보다는 낮았다. 중국이 한·일 분업에 의존한 부가가치 비중은 7.4%에서 5.6%로 하락했다. 한·일에 기대지 않고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이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자국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은 중국이 8대 제조업 중 6개에서 한·일을 압도했다. 나머지 전기광학기기와 수송기기 분야는 일본이 67.5%, 86.5%로 가장 높아 한국이 우위인 산업은 사실상 전무했다. 한국의 자국 부가가치 창출능력은 지난 11년간 전기광학기기를 제외하고 모두 뒷걸음질쳤기 때문이다.

한 국가가 나머지 두 국가의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한 비중(역내 기여도)은 일본이 우위였다. 기계(62.6%), 수송기기(62.3%) 등 6개 분야에서 중국과 한국을 뛰어넘었다.

한마디로 한국은 역내에서 기술·부품을 성실하게 사줬지만 그만큼 팔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결국 역내 협력을 통해 한국이 얻은 이익(중·일 생산에 기여한 부가가치 창출액)은 2011년 2595억달러. 중국(2716억달러) 일본(3157억달러)의 몫에 못 미친다. 더 두려운 것은 중국의 잠재력이다. 자국에서 창출한 것까지 합치면 중국의 부가가치 창출액이 5조7523억달러에 이른다. 한국(7398억달러)의 7.8배, 일본(1조9858억달러)의 2.9배다. 해외 기업의 투자와 합작이 활발해 생산역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