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갈등 원인은 산업화 전후 세대의 경험 차이"
유종호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전 연세대 석좌교수·사진)은 지난 25일 한국 사회에서 세대 간 갈등이 심화하는 원인의 하나로 학생운동 역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형성된 ‘젊음 숭상’ 풍조를 지목했다.

유 회장은 이날 서울 안국동 안국빌딩 W스테이지에서 ‘오늘의 사회와 문화-작은 일과 큰 일 사이’를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4·19 혁명 이후 학생 운동사를 거치며 한국의 청년 학생은 은연중 ‘도덕적 순결의 상징’이자 ‘정의의 사도’ 같은 이미지를 부여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청년기에는 대체로 도덕적 열정과 정의감이 충만한 반면 인간 사회의 복잡성과 역사의 모호성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기 마련”이라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젊음 숭상 풍조가 일단의 청년 파워 형성을 조장하는 등 젊음의 극단적 성향을 지나치게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아울러 그는 산업화 이전 절대빈곤을 경험한 기성세대는 산업화의 성공을 긍정하는 데 반해 이후 세대는 압축성장 과정의 병리적 측면만을 부각, 기성세대가 이룬 산업화의 성과를 부정하거나 과소평가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공통 경험’의 어긋남이 세대 간 갈등의 출발점이라고 분석하면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사실들을 서로 시인하는 최소한의 합의를 도출함으로써 이를 기반으로 견해차를 좁혀 나가는 것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또 그는 사이버 공간에서 난무하는 익명성 폭력에 대해 “지하적·잠복적 언어폭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상으로 치고 올라오기 마련으로 물리적 폭력의 예고 지표가 된다”며 “충동과 유혹에 대한 자제력을 길러주는 절제 교육이야말로 디지털 시대 시민교육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