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포털 바이두, 앱장터 2조원에 인수…"우리도 실리콘밸리 스타일"…中인터넷기업, M&A 늘린다
중국 인터넷 기업들 사이에서 실리콘밸리식 투자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쌓아놓은 현금이 많아진 데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략적 지분 투자 또는 인수합병(M&A)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중국의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작년부터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와 M&A를 대폭 늘리고 있다. 중국 1위 인터넷포털 바이두는 18억5000만달러(약 1조9970억원)를 들여 안드로이드 앱 장터인 91와이어리스를 인수했다. 중국 인터넷 기업의 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바이두는 이 밖에도 3억7000만달러(약 3994억원)에 P2P비디오 서비스 업체인 PP스트림을 인수했고, 전자상거래 업체인 누오미의 지분 59%를 1억5000만달러에 취득했다.

중국 1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그룹도 작년 큰돈을 들여 전략적 지분 투자에 나섰다. 마이크로블로깅 서비스인 시나웨이보 지분 18%를 5억8600만달러에 사들였고, 내비게이션 업체 오토나비 지분 28%를 2억9400억달러, 뮤추얼펀드 판매사 TF펀드 지분 51%를 1억9300억달러에 취득했다.

게임 및 소셜미디어 1위 업체 텐센트도 스마트폰 제조사인 샤오미에 20억달러의 전략적 투자를 했고, 인터넷 검색엔진 개발업체 소고우의 지분 36.5%를 4억4800만달러에 인수했다.

이 같은 지분 투자 또는 M&A는 중국 인터넷 업계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전통적으로 중국 인터넷 기업들은 경쟁 서비스를 그대로 베끼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은 위협이 되는 스타트업이 등장하면 비슷한 서비스를 자체 개발해 내놓거나 거의 똑같이 베껴서 출시하는 식으로 새로운 기업의 출현을 막아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텐센트, 바이두 같은 기업들이 생존의 걱정에서 벗어나 압도적으로 규모가 커지면서 중국에서도 실리콘밸리식 벤처 생태계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텐센트와 알리바바, 바이두 같은 거대 기업이 전자상거래, 모바일게임, 모바일결제 등 여러 분야에서 격돌하면서 우수한 벤처기업을 빨리 인수하는 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텐센트가 검색엔진업체 소고우를 인수한 것도 그런 예다. 텐센트는 ‘소소’라는 자체 검색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검색점유율은 3.6%에 불과하다. 점유율 10.4%인 중국 내 3위 검색엔진인 소고우를 가져와 63.2%의 바이두에 반격을 가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바이두는 91와이어리스 인수를 통해 텐센트가 강점을 지닌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한판 맞붙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