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유리 기자 ]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이 한국을 글로벌 성장 전략의 거점으로 점찍고 나섰다. 다른 국가 대비 높은 판매 성장률과 고객들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핵심 시장'이라는 판단에서다.

27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르쉐, 메르세데스-벤츠 등 유럽의 고급차 브랜드들은 글로벌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 시장 공략안을 내놨다.

포르쉐가 본사의 중장기 전략인 '포르쉐AG 2018'의 전진기지 역할을 한국법인 포르쉐코리아에 맡긴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 연간 10% 이상의 성장률을 올려 글로벌 판매 성장의 주요 축으로 삼겠다는 것.

이를 위해 포르쉐코리아는 올 상반기부터 911 GT3, 마칸 터보 등 12가지 신차를 내놓고 애프터서비스(AS) 확대,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주력할 뜻을 밝혔다.

벤츠 역시 지난해 2만4000여대를 팔아치운 한국 시장에서 2020년까지 판매 규모를 두 배 이상 끌어 올린다는 목표를 밝혔다. 성장세가 높고 기술력에 민감한 한국을 브랜드 전체의 성공 기준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프리미엄급 수입차 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거점으로 지목한 이유는 아시아 내에서도 돋보이는 판매 성장세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포르쉐는 한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34.6% 증가한 총 2041대를 판매했다. 글로벌 평균 성장률(14.9%)보다 2배 이상 높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및 중동(20.3%)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아우디 역시 지난해 한국에서 연간 32%의 판매 성장세를 보였다. 중국, 멕시코 등 신흥국을 모두 포함해도 국가별 성장률 기준으로 가장 좋은 성적이다.

김근탁 포르쉐코리아 대표는 "산술적인 성장률만 봐도 한국은 일본보다 중요한 시장"이라며 "수치로 평가할 수 없는 시장 잠재력은 더욱 높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시장 규모가 작지만 성장 잠재력과 수입차에 대한 경험을 모두 가져 매력적이라는 얘기다. 이에 비해 일본의 경제 성장은 한 풀 꺾였고 중국은 잠재력이 크지만 이제 막 개화한 수입차 시장이다.

소비자들의 특성도 이들 브랜드가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 소비자들이 첨단 신기술에 민감할 뿐 아니라 내수 점유율 10% 이상의 수입차 대중화 시대가 열리면서 차별화에 대한 욕구도 커졌다는 설명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은 브랜드 이미지나 기술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상당히 까다롭다"며 "그렇기 때문에 한국 고객들에게 호응받는 것은 세계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