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 투자 12년來 최대…엔젤52% "투자 늘릴 것"
비키는 동남아 이용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설립 3년 만인 지난해 9월 일본 전자상거래업체인 라쿠텐에 2억달러에 매각됐다. 투자자인 A씨는 3년 만에 투자금의 26배인 90만달러를 회수했다.
중소기업청은 A씨처럼 창업 전 또는 설립 2년 내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개인 신분의 엔젤투자자 수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870명으로 집계됐다고 27일 발표했다. 이는 엔젤투자협회에 등록된 수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2012년 말(2610명)에 비해 2260명(86.6%) 늘어났다.
○“벤처투자 액션단계 들어가”
엔젤기업 단계를 지나 창업 3~7년차 성장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벤처펀드(벤처투자조합) 결성 규모도 지난해 1조5374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운 수준(99%)으로 늘어났다. 이들 펀드가 지난해 실제 벤처기업에 투자한 규모는 1조3845억원으로 2001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컸다.
박종찬 중기청 벤처투자과장은 “벤처 창업·벤처기업 투자가 완전히 되살아났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그동안의 ‘숨 고르기’ 상태에서 벗어나 ‘액션 단계’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기청은 그 배경으로 지난해 정부가 취한 다양한 지원책을 들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엔젤투자 및 기업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중심으로 한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발표했다.
그 후 △성공 벤처기업과 대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한 창업펀드 조성 △엔젤투자 소득공제 한도 확대(30→50%) △기술혁신형 벤처 인수 대기업에 대한 10% 법인세액 공제 △중소기업 간 M&A 시 중기 졸업유예(3년) 등 굵직한 제도를 잇달아 도입했다.
또 정부가 출자한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를 통해 지난해 벤처펀드에 6405억원을 투입하는 등 시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민간투자 위축 부작용 우려도”
전문가들은 앞으로 시장에서 이 같은 분위기를 받아주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낙관적이다. 박 과장은 “정부의 정책의지를 보고 시장이 반응했다고 본다”며 “실질적으로 지원정책들이 효과를 내는 올해 이후 벤처투자 등에서 더 큰 실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엔젤투자는 최근 분위기를 감안했을 때 큰 성장세를 기대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중기청과 한국엔젤투자협회가 엔젤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투자 확대 의향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2%가 ‘앞으로 투자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투자를 축소하겠다’는 답은 6%,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답은 42%였다. 투자확대 요인은 세제지원 확대(30%), M&A 등을 통한 회수 가능성 확대(36%) 등을 꼽았다.
김광희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정부가 초기에 나서야 하는 불가피성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과하면 민간 투자를 위축시키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