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증권사들 "수수료 올려 수익 확대"
작년 실적이 크게 악화된 증권사들이 수익 확대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출혈 경쟁을 접고 주식거래 수수료를 인상하는 한편 수년 만에 처음으로 대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오는 3월부터 일부 주식거래 수수료를 10배 이상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은행 연계 계좌에 부과하던 거래 수수료를 종전 매매금액 대비 0.011%에서 0.11~0.14%로 높일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50만~500만원 거래금액엔 0.137%+1200원, 500만~1000만원은 0.127%+1000원, 1000만~1억원은 0.12%, 1억~3억원은 0.1%, 3억원 이상은 0.08%를 각각 적용한다. 다만 50만원 미만의 소액 거래 수수료는 0.5%, 모바일 거래 수수료는 일괄적으로 0.1%를 물리기로 했다.

앞서 동양증권은 작년 6월 주식거래 수수료를 금액별로 세분화하는 식으로 상향 조정했다. 종전 0.015%를 일괄 적용했지만 거래금액이 적은 사람에게선 최고 0.35%의 수수료를 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그동안 적자를 감수하고 고객 확보 차원에서 출혈 경쟁을 벌여온 측면이 있다”며 “전산 및 계좌관리 비용을 감안할 때 온라인 점유율 선두인 키움증권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수수료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주식 투자자에게 내주는 신용대출 금리를 인상하는 곳도 생겼다. HMC투자증권은 지난 21일 신용대출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6개월 이상 대출받는 사람에게 적용하던 금리는 종전까지 연 7.5%였지만 이제는 11.0%를 부과한다. 대출기간 5~6개월 구간에 대해선 과거 연 9.0%를 적용했으나 신용등급에 따라 9~10.5%를 차등 적용한다. 시중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출 금리를 올린 곳은 HMC증권이 처음이다.

펀드판매사인 씨티은행도 일부 펀드 판매 수수료를 금액에 따라 차등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KB자산운용의 ‘KB밸류포커스’ ‘KB중소형포커스’ 등 대표 상품의 선취수수료를 가입액에 따라 0.5~1.0%로 다르게 뗀다고 공시했다. 예컨대 투자자가 KB중소형포커스 펀드에 30억원 이상 가입하면 0.7%의 수수료만 내면 되지만, 이보다 적은 금액을 넣으면 선취수수료로 1%를 납부해야 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가입액에 따라 선취수수료를 다르게 매길 수 있지만 그동안 똑같은 수수료를 적용했다”며 “KB운용 상품을 계기로 가입액이 많을수록 수수료를 깎아주는 관행이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사들이 연초부터 수수료와 대출 금리 인상에 나서는 것은 실적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SK증권은 2013회계연도(4~12월) 구조조정 등으로 5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동양증권은 2174억원의 적자를 냈다. 현대증권은 같은 기간 123억원, 대신증권은 28억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됐다. 이철호 한투증권 연구위원은 “거래 부진에다 채권금리 변동성까지 확대되면서 증권사들이 무더기 적자를 기록했다”며 “수수료 인상 등 자구책 마련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