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위기 맞은 아베 외교정책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작년 한 해 동안 13차례에 걸쳐 25개국을 돌아다녔다. 올해도 연초부터 외교 일정이 빡빡하다. 지난 21~23일엔 다보스포럼 참석차 스위스로 날아갔고, 지난 주말엔 인도에서 정상회담도 가졌다. 다음달엔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3월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일정도 잡혀 있다.

아베의 글로벌 행보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높은 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의 외교정책을 ‘좋게 평가한다’는 의견은 55%에 달했다. 50% 안팎인 아베 내각에 대한 전반적인 지지율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숫자를 좀 더 뜯어보면 불안한 구석이 적지 않다.

우선 외교정책에 대한 지지율 자체가 작년 이맘 때(62%)에 비해서는 7%포인트 하락했다. 아베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도 ‘국제감각이 없다’는 의견이 28%로 전달(10%)에 비해 거의 세 배가량 높아졌다.

아베의 외교 행보를 지지하는 층이 옅어지게 된 주된 계기는 작년 말 강행한 야스쿠니신사 참배다. 니혼게이자이 조사에서도 ‘야스쿠니 참배를 계속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47%로 ‘참배를 계속해야 한다’는 대답(39%)을 웃돌았다. 한국 중국은 물론 미국 등 선진국에서조차 비난이 터져나오면서 일본 국민들도 극우적인 ‘아베 컬러’에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과의 외교 마찰도 감점 요인이다. 아베는 최근 다보스포럼에서 현재의 중·일 관계를 1차 세계대전 당시의 영국과 독일에 비유하는 바람에 국내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대표적인 ‘친(親) 아베’ 매체인 요미우리신문조차 “아무리 생각해도 배려 부족”이라고 지적할 정도였다.

아베 정권을 지탱해 온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에서도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일본의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고, 자랑거리였던 주식시장도 힘이 달리는 분위기다. 올해는 소비세 증세라는 대형 악재도 넘어야 한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는 지난주 시정연설 내내 집단자위권 등 극우정책에 열을 올렸다. 발밑이 조금씩 꺼져 가는 걸 아베 내각만 모르고 있는 걸까.

안재석 국제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