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대부업체 루머에 번번이 제도권 진입 좌절
러시앤캐시를 이끄는 최 회장은 2008년부터 저축은행 인수에 나섰다. 예쓰 중앙부산 대영 예성저축은행 등의 문을 아홉 번째 두드렸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대부업체의 제도권 금융 진출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탓이었다.
하지만 최 회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한 장학금 지원 등 각종 사회공헌활동과 배구단 창단 등을 통해 대부업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는 데 공을 들였다. 지난해에는 업계에서 가장 먼저 최고금리를 최대 10%포인트까지 낮춰 연 20%대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에 대한 편견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가 ‘일본계’라는 이유에서였다. 일본 사람이 한국에서 고금리 대부업으로 돈을 벌어 저축은행을 인수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했다. 최 회장은 이에 대해 평소 “재일동포 3세이지만 귀화를 거부하고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엄연한 한국인”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곤 했다. 그는 “러시앤캐시가 한국 금융시장에서 일정한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을 때까지 계속 회사를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최 회장에게 가장 큰 고비는 2012년 초 최고이자율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영업정지를 당할 뻔했을 때다. 창사 이후 최대 위기 상황에서도 최 회장은 대부업계 처음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해 중국 톈진시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그는 당시 “한국에서 취득한 영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국의 소액 신용대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앤캐시는 결국 지난해 말 서울 강남구청과의 영업정지 관련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로 인해 저축은행 대주주적격성 심사요건의 걸림돌마저 없앴다. 작년 10월 금융당국이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며 사실상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길을 열어주면서 인수 가능성도 한층 높였다.
러시앤캐시는 2002년 설립해 10여년 만에 대부잔액 기준 점유율을 25%까지 끌어올리며 시장을 석권했다. 고객 55만명, 자산 규모 2조678억원(작년 9월 말 기준)으로 업계 1위다. 금융계에서는 큰 무리 없이 10여년간 러시앤캐시를 경영해 최대 규모의 대부업체로 키운 최 회장의 저력이 저축은행 업계 판도 변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임기훈/김일규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