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게 더 젊게…2030에 '시간' 맞춘다
스위스 제네바공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팔엑스포 전시장. 매년 1월이면 이곳에 세계 시계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3월에 열리는 바젤월드와 함께 시계 전시회의 양대 산맥인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가 해마다 1월이면 개막해 그해의 시계 트렌드를 제일 먼저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난 20일부터 나흘간 SIHH가 열려 1500여점의 신상품을 선보였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열린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의 ‘랑에운트죄네’ 부스에 설치된 ‘리차드 랑에 퍼페추얼캘린더 테라루나’의 대형 전시물. 민지혜 기자
스위스 제네바에서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열린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의 ‘랑에운트죄네’ 부스에 설치된 ‘리차드 랑에 퍼페추얼캘린더 테라루나’의 대형 전시물. 민지혜 기자
올해의 새로운 경향은 실용성과 첨단기술을 앞세운 제품 그리고 아시아를 겨냥한 상품이 많아졌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특히 △투르비용(중력으로 인한 오차를 줄여주는 장치) △5분, 15분 등 일정 시간 단위로 소리가 나는 미닛리피터 △시·분·초를 다이얼(문자판) 안에서 따로 보여주는 레귤레이터 등 초정밀 기술의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이들 기능을 얼마나 아름답고 독창적으로 구현하느냐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올해 피아제는 3.65㎜ 두께의 기계식 수동 와인딩 시계를 출품, 작년 예거르쿨트르가 4.05㎜ 두께의 시계로 차지한 ‘세계에서 가장 얇은 수동 손목시계’란 타이틀을 빼앗았다. 예거르쿨트르는 올해 오토매틱 분야에서 7.9mm 두께의 가장 얇은 미닛 리피터와함께 기술력에 예술성을 더한 ‘히브리스 아티스티카’ 컬렉션을 총 12개만 한정 생산, 대표작으로 공개했다.

기술 경쟁과 함께 올해 SIHH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20~30대 젊은층을 겨냥한 1000만~2000만원대 실용적인 시계를 대표 제품으로 내세웠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장 마크 자코 파르미지아니 최고경영자(CEO)는 “20~30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좋은 품질의 고급 시계를 찾는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이 캐주얼과 정장에 모두 어울리는 시계를 찾기 때문에 럭셔리 시계 메이커들이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신제품을 더 많이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인한 남성 시계로 유명한 파네라이는 올해 주력 제품으로 ‘라디오미르 1940 크로노그래프 플라티노’를 선보였다. 약 8000만원대인 라디오미르 1940 크로노그래프 컬렉션은 45㎜ 크기의 큼지막한 다이얼, 수동으로 작동하는 기계식 무브먼트(동력장치), 시·분·초를 보여주는 크로노그래프와 아이보리 색상의 야광 점이 찍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한 가지 트렌드로는 중국 등 아시아를 겨냥한 디자인을 대거 선보였다는 점이다. 특히 피아제는 중국 창안 지역에서 영감을 받아 소나무, 말 등을 다이얼 위에 표현한 시계와 코끼리, 공작새 등 동남아시아에서 선호하는 동물을 다이얼 안에 담은 제품을 내놨다. 오데마 피게는 작은 시계를 선호하는 아시아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37㎜짜리 여성용 ‘로얄오크 오프쇼어’ 시계를 신제품으로 내놨다.

제네바=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