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침체가 지속돼온 가운데 젊은이들의 취업과 결혼이 늦어지고 인구 전반의 고령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지난해 ‘인구 이동자 수’가 34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인구 이동자란 읍·면·동 경계를 넘어 거주지를 옮긴 사람을 일컫는다. 지역별로는 충청과 제주 인구가 늘었으며 서울 부산 대구 등은 감소했다.

◆1970년대로 돌아간 이사통계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국내 인구 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이동자는 전년(750만7000명)에 비해 1.3%(9만5000명) 줄어든 741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1979년 732만4000명 이후 가장 적은 숫자다. 지난해 인구이동률(인구 100명당 이동자 비율)도 전년보다 0.3%포인트 줄어든 14.7%로 1973년(14.3%) 이후 40년 만에 가장 낮은 비율을 기록했다.

인구 이동이 줄어든 원인에 대해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인구 이동률이 가장 높은 20대 후반~30대의 늦은 취업과 결혼이 첫 번째 요인으로 꼽힌다. 사회진출 시기가 늦어지거나 직장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게 되면서 주거여건이 더 좋은 집으로 이사를 하는 청년층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20대 후반(25~29세)의 인구 이동률은 24.6%로 전년보다 0.8%포인트 하락했다. 10년 전인 2003년(32.0%)보다는 7.4%포인트나 줄어든 수준이다. 30대 초반(30~34세) 인구 이동률도 10년 전(27.7%)에 비해 3.1%포인트 하락한 24.6%에 그쳤다. 윤연옥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20~30대 경제활동률과 결혼율이 떨어지면서 인구 이동자도 함께 줄어드는 추세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인구구조의 고령화도 국내 인구이동 감소에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구이동 성향이 높은 20~30대 연령층의 인구는 2003년보다 234만1000명 감소했다. 반면 거주지를 웬만해선 옮기지 않는 60세 이상 인구는 10년 전보다 262만4000명 늘었다.

◆전셋값 폭등…서울 인구 감소

중부권(대전·세종·강원·충북·충남)에서는 지난해 이주해 온 인구가 다른 지역으로 나간 인구보다 많은 순유입(2만8000명) 현상을 보였다.

특히 정부청사 입주로 1만1000여명의 공무원이 일하게 된 세종시에는 지난해 9000명의 인구가 추가로 유입됐다. 인구 순유입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7.4%를 기록했다.

하지만 세종시로 이사를 온 세 명 중 한 명 이상은 대전(20.4%)과 충남(14.8%) 출신으로 당초 정부가 의도한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수도권 인구 분산 효과’는 아직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게임업체인 넥슨 등이 입주하고 해외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는 제주의 인구 순유입률도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1.3%(8000명)를 기록했다.

반면 서울과 수도권, 영남권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간 인구가 유입인구보다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전셋값 폭등으로 수도권으로 이사한 사람이 늘면서 인구 순유출 규모가 10만1000명에 달했다. 이 때문에 경기와 인천 인구가 각각 7만4000명, 2만2000명 늘었다. 부산(1만8000명)과 대구(1만1000명)에서도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간 사람이 많았다.

세종=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