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원 방문·각하 하사품·1만원 세뱃돈…역대 대통령들의 설날 풍경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은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어떻게 보냈을까. 이승만 전 대통령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는 고아원을 방문해 원생들을 위로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는 새해 아침 어린이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선물을 나눠줬다.

안전행정부 국가기록원은 설을 맞아 역대 대통령의 다양한 새해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www.pa.go.kr)에 28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기록물은 역대 대통령들의 세배 및 새해다짐(신년휘호), 신년 설 선물을 비롯한 사진기록 40건, 문서기록 1건 등 총 41건이다.

1963~2007년 역대 대통령의 세배 관련 사진을 보면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6년 설빔을 차려입고 가족의 세배를 받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4년 설 연휴를 맞아 고향인 거제도를 방문해 부모님께 세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청와대 관저에서 세배객들을 맞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새해 첫날 수석보좌관과 비서관 등 참모진에게 새해 인사를 받았다. 당시 나눠준 세뱃돈은 1만원.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대통령의 설 선물 관련 사진도 공개됐다. 박 전 대통령은 1978년 중동지역 취업근로자, 원양어업어선 선원 등 7만2000여명에게 깻잎 통조림, 고추장, 김치 등이 든 ‘하사품’을 보냈다. 전 전 대통령은 1983년 신문 집배원과 광부 등 7만8000여명에게 방한외투를 지급했다. 외투 오른쪽 속주머니 윗부분에는 ‘대통령 각하 하사품’이라는 표시를 찾아볼 수 있다.
고아원 방문·각하 하사품·1만원 세뱃돈…역대 대통령들의 설날 풍경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쌀 관세화 유예협상 비준과 관련, 쌀 시장 개방에 시름이 많았던 농민들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전국 8도 명품쌀로 만든 전통 민속주를 전직 대통령과 5부 요인, 장·차관, 국회의원, 주한외국공관장 등 5000여명에게 전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2년 장애인들이 사회적 기업에서 생산한 떡국과 참기름, 참깨 등을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환경미화원, 국가유공자, 순직 소방경찰, 서해교전이나 천안함, 연평도 포격 희생자 유가족 등 7000여명에게 보냈다.

이와 함께 역대 대통령들의 한 해 다짐과 국정철학을 담은 신년휘호도 공개됐다. 1970년 박 전 대통령은 경제발전과 자주국방의 의지를 담은 ‘자조, 자립, 자위’라는 한글 휘호를 선택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