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회사에서든 이런 일은 흔하다. ‘베스트’ 부하 직원이 ‘워스트’ 상사가 되는 이유는 뭘까. 이 책의 저자는 ‘일을 맡기는 방법’의 차이에서 원인을 찾는다. 그래서 책 제목도 ‘맡기는 법의 교과서(任せ方の敎科書)’다.
저자는 우선 ‘왜 상사는 부하 직원에게 일을 맡길 수밖에 없는가’라는 단순한 질문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정답은 간단하다.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우수한 인간은 지구상에 없다는 것.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하나다. 어느 부하 직원에게 어떤 일을 어떻게 맡기느냐로 귀결된다.
일을 맡기는 행위는 언제나 ‘지시’에서 출발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올바른 지시의 요건은 크게 네 가지다. 먼저 ‘기한’을 명확히 할 것. 일을 언제까지 마무리해야 하는지 알아야 부하 직원들도 자신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 “최대한 빨리 처리해줘”와 같은 지시는 곤란하다.
지시하는 내용에 반드시 ‘우선순위’가 포함돼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사항이다. 예를 들어 회사 홈페이지를 만들 경우 고객의 사용 편리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다음으로 검색 내용의 정확성과 다양성 등의 순으로 일을 처리하라고 지시해야 제대로 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권한을 명확하게 위임하는 것도 필수다. ‘100만원 이하의 비용은 과장 선에서 알아서 처리하라’는 식으로 권한의 범위를 명확하게 정해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의 배경과 목적을 지시에 담아야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처음으로 상사가 된 이들에게 ‘플레잉매니저’가 되지 말라고 충고한다. 매니저이면서도 늘상 그라운드에 직접 뛰어들려고 하는 상사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우수한 ‘플레이어’이던 시절은 잊고 ‘매니저’로 거듭나야 한다(→상사들이 알아야 할 성공 비결)는 조언이다.
“늘상 90점 이상을 받던 플레이어는 60점짜리 부하 직원을 용납하지 못한다. 하지만 매니저의 능력은 90점짜리 부하 직원 몇 명을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성과가 60점 이상이 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이를 얼마나 빨리 깨닫느냐가 상사로서 성공하는 첫걸음이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