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브로커와 주고받은 메신저 화면.
해외 브로커와 주고받은 메신저 화면.
정부가 강력한 단속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브로커는 버젓이 정보를 불법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브로커들은 정부 단속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가격을 전보다 최대 10배까지 비싸게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국내에서 활동하는 브로커들은 ‘설 이후에 보자’는 식으로 몸을 사리는 모습이었다.

◆해외 브로커 “분위기상 돈 더 내라”

기자가 지난 27일 오후 인터넷 채팅 메신저로 중국에 서버를 둔 브로커와 접촉한 결과, 이들은 정부의 강력한 단속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채팅 중에 즉시 답을 하지 않자 ‘양은 충분하니 어떤 정보가 얼마나 필요하냐’며 흥정을 붙여 오기도 했다.

‘카드 비밀번호가 포함된 2000건 정도가 필요한데 건당 가격이 얼마인가’라고 묻자 브로커는 ‘건당 15만원’이라고 답했다. ‘알고 있는 것보다 10배나 비싸다’며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최근 한국 내 분위기가 좋지 않아 거래하기가 불안해 가격을 올렸다’며 ‘건당 1만5000원짜리도 있는데 이것도 충분히 양질의 정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언제 어디서 이런 정보를 구했느냐’는 질문에 ‘건당 1만5000원짜리 정보는 작년 12월에 나온 것이고 15만원짜리는 올 1월에 나온 것’이라며 ‘직접 내가 다 구한 정보’라고 강조했다. ‘진짜 카드 비밀번호도 있느냐’는 물음에는 ‘맞다’고 답했다.

‘미터치(거래가 한 번도 안 된 정보라는 은어)라서 비싼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기자가 너무 비싸다며 구매를 재고해야 겠다고 하자 ‘10건 이상부터는 거래할 수 있다’며 ‘대량 구매하면 깎아주겠다’고 다시 흥정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보안전문가는 “카드사 데이터베이스(DB)에 암호화된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최근 분위기를 이용해 값을 높이려는 꼼수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브로커 “설 이후에 보자”

이에 비해 국내에서 활동 중인 브로커들과 접촉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전직 브로커 A씨는 “(브로커들이) 지금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국내 브로커 상당수가 당분간 ‘잠수’를 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브로커는 인터넷 게시판에 ‘최신 개인정보(디비)를 판다’며 메신저 주소를 버젓이 남겨 놓았다. 쪽지를 보내자 휴대폰 번호부터 알려달라는 답장이 왔다. 그는 기자에게 ‘kkk’라는 이름으로 한 모바일 메신저에 접속하라고 요구했다.

잠시 뒤 이 메신저에서 ‘ABA’라는 이름으로 ‘어떤 디비를 원하느냐’는 질문이 왔다. 휴대폰 번호를 알려준 브로커였다. ‘통신사 디비가 필요하다’고 하자 ‘설 지나고 연락 달라’며 몸을 사렸다. 지금 당장 거래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눈치였다. 정부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상황에서 ‘시범 케이스’에 걸리기 싫다는 말도 했다. 한 대출모집인은 “정부 단속이 심해 브로커들이 일찍 설 연휴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임기훈/김일규 기자 shagger@hankyung.com